[새벽메아리] 이제는 관리된 성장이 필요하다

 

 

 

모든 그릇이 그러하듯이, 밑이 빠지지 않은 그릇이라면 그 그릇이 담을 수 있는 물적 한계, 즉 용량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가 그 시대를 담는 그릇으로 표현되듯이 도시 역시 그 도시마다 담을 수 있는 능력, 용량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발 가능한 토지자원의 면적, 공급 가능한 수자원의 양과 질,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상수관망의 규모, 자동차의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 도로의 폭,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수용 가능한 인구규모 등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부작용 '난개발'

 

 

우리가 그릇이 지니고 있는 용량을 벗어나 과도하게 담고자 할 때 그 그릇은 깨어져 버리거나 넘쳐흐르듯이, 도시 역시 그 도시가 지니고 있는 용량을 벗어나 담고자 할 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며, 그 중의 하나가 난(亂)개발이다.

 

 

그리고 지난 40여 년간 우리의 도시공간 - 국토공간도 마찬가지임 - 에서 나타난 여러 부작용 중에 대표적인 현상 또한 난 개발이다. 바꾸어 말하면, 도시라는 그릇이 지니고 있는 능력의 한계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담고자 하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각 도시가 지니고 있는 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일변도의 '관리되지 않은 성장'이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관리되지 않은 성장'에서, 각 도시가 지니고 있는 용량을 고려하면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관리된 성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개발로부터 보전되어야 할 토지를 이용한다든지, 도시의 무계획적인 외연적 확산과 같은 잘못된 방향으로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변화하는 도시활동을 담아 내도록 그 그릇의 크기를 계속 키워 나아가되 그 용량을 넘어서는 도시활동의 팽창이 일어나지 않도록 성장의 정도와 시간을 조절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주권 그린벨트(법적 용어로는 '개발제한구역' 임)해제 후의 토지이용문제와 관련하여 전주시와 환경부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으며, 환경부의 태도에 분노한 전주시의회 의원들의 삭발사태까지 발생하였다.

 

 

필자 역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게 된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때 환경부의 처사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우며,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불편한 심기를 전주권 그린벨트해제문제에 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씁쓸하기도 하다.

 

 

한편 건설교통부에서 지침으로 정한 그린벨트해제 후의 용도지역 지정에 있어, 개발이 극히 통제되는 보전녹지지역 및 생산녹지지역의 비율과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자연녹지지역의 비율을 60% 대 40%로 수준으로 하라는 것 역시 다소 어리둥절하게 한다. 자연녹지, 생산녹지, 보전녹지의 지정기준을 정하면 그만이지 이것을 굳이 6 : 4라는 비율을 지정할 것을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성장의 속도-시간 조절을

 

 

그러나, 이러한 환경부나 건교부의 태도에 대해 한 가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보여 준 행태 - 특히 민선자치시대 이후 - 에 대한 우려로써, 보전보다는 개발을 우선하는, 관리되지 않은 성장을 걱정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주시는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어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는 지역은 물론 도시 전체를 하나의 그릇으로 인식하고 그릇의 크기에 따라 성장의 속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관리된 성장'을 추구하여야 할 것임을 이 기회를 빌어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은 비단 전주시만의 몫이 아님도 아울러 역설하고 싶다.

 

 

/이양재(원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