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畵像 경마장

 

 

이 세상에서 조폐공사 말고 경마장만큼 돈이 많은 곳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돈과 스릴이 넘쳐나는 곳이 경마장이다. 기수와 말이 한 몸이 되어 질주하는 모습,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배팅한 말이 일등으로 골인하기를 바라는 관람객들의 격앙된 모습, 결승점을 통과했을때 터져 나오는 탄성과 한숨소리, 이 모든 것들이 용광로 속 같이 부글거리는 곳이 바로 경마장 풍경이다.

 

경마는 스포츠적 요소인 레이스와 오락적 요소인 배팅이 결합돼 있고 과학적으로 예측한 결과와 우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때문에 한 결 묘미를 느낀다. 보는 이들이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감탄과 한숨으로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일상적인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일용직 노동자 중심의 골수 팬들이 한탕주의 환상에 빠져 경마장 스탠드를 메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색다른 주말 나들이의 대상으로 경마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나 젊은 연인들, 가족단위 입장객들이 늘어나 재미삼아 배팅하는 레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마도 일종의 도박인것만은 분명하다. 한 경주당 최고액이 10만원으로 한정돼 있지만 10여개 창구를 돌면서 매일 2백∼3백만원어치씩 마권을 구입하는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경마로 집 팔고 직장 잃고 아내에게 이혼소송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도 한 번 중독되면 쉽게 헤어나기 어려우니 그 독소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런 경마를 경마장까지 직접 가지않고 TV를 통해 관람하고 배팅 할 수 있는 '화상(畵像)경마장'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마사회측의 일방적인 돈벌이 확대책에 지역업자들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꼴이다. 마사회측이 올들어 마권장외발매소 유치 희망자를 접수한 결과 전국적으로 약 20여곳에서 신청이 접수된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그 중에는 전주시도 포함돼 있다.

 

화상경마장은 이미 대전과 광주에서 개장돼 운영 중이지만 주변지역의 교통 혼잡과 사형성 조장등 폐해가 크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하기야 실내에서 화면을 통해 돈을 거는 이 화상경마가 건전한 레저문화라고 강변하는것은 아무래도 아귀가 맞는 소리같지는 않다. 전주시의회도 장외마권말매소 유치를 반대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므로 앞으로 성사여부는 주목거리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것은 열거나 말거나 간에 경주마 꽁무니에 매달려 대박을 꿈꾸는 한탕주의 풍조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