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일선 학교 교장이 법원으로부터 아주 이례적인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됐다.
당시 법원은 승용차를 운전하던 모교장이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서던 행인을 차량 백밀러로 치고 도주한 사건과 관련, 교통사고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30여년동안 교단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 온 교육자였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였다. 법관이 사회통념상 인정되고 있는 '교육자의 양심'을 믿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자는 가장 신뢰받는 집단임에 틀림없다.
최근 일선 초등학교 교장의 촌지 파문으로 도내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파문의 당사자와 그 행태를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교사들이 많은 걸 보면 그동안 꽤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물론 사법당국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검찰도 현직 교장을 기소하는데 신중을 기했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도교육청의 대응은 필요이상으로 신중해 보인다. 해당 교장을 전주에서 완주로 인사발령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어두려 했다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말 학교발전기금 1백여만원 유용혐의를 받고 있는 교장을 즉각 직위해제한 점과 비교된다.
공무원에게 직위를 계속 부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면직시키지 않고 일시적으로 직위를 회수하는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닌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해당된다. 사법당국의 통보가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교육청의 설명도 이같은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명백한 직위해제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학교에서 법원을 오가는 교장선생님을 일선 교사와 학생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스럽다.
비리나 위법사실이 드러난 교사들을 다른 학교로 전근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자는 사회적 신뢰를 받는 만큼 다른 집단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한다. 교사의 비위사실을 적당히 무마시켜 교단의 도덕성 확립 의지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
/김종표기자(교육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