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리가 매스게임에 나서겠습니다”.
전국체전 개·폐회식 행사 학교별 연습일정이 시작된 16일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전주 중앙중 학부모들은 자녀들 대신 식전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체전으로 인한 자녀들의 학습권 침해는 절대 안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참가자로 결정된 전주지역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체전 개막까지 4개월도 채 남지않은 시점에서 개·폐회식 행사를 주관한 전북도교육청으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는 문용주 교육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사전에 일선 학교및 학부모들과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한 점은 분명 도교육청의 잘못이다. 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학부모중 한 명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4개월동안의 강제징집 결정”이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동원 문제를 사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따른 불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체전은 분명 잔치다. 그리고 올해 12년만에 다시 전북인이 그 잔치의 주인이 됐다. 잔치는 무엇보다 주인이 즐거워야 흥이 난다. 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되고 있는 불협화음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기간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 늦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교육청과 일선학교 그리고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국가적 행사를 범도민적으로 치러내 지역사회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수많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내는 화려한 매스게임이 꼭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스게임과 카드섹션등의 행사가 꼭 필요하다면 먼저 누군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는 점에서부터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합리적 절차를 통해 그 '누군가'를 결정하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교육계의 분열이 안타까운 시점이다. 소모적인 체전 논쟁을 하루 빨리 종식시켜야 하는 이유다.
/김종표기자(교육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