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작가와 감독의 허구로 만들어진 상상의 산물. 그러나 사실성이 가미된 작품도 심심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영화의 허구적 사실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들이다. '실제 사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
끔찍했던 사실은 더 끔찍하게, 감동적인 사실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하지만 실화에 바탕에 두었다고 해도 소재가 실제일 뿐 작가와 감독의 풍부한 상상력은 필수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인물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된 경우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2002),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담은 '뷰티풀 마인드'(2001), '드리핑 기법'(바닥에 펼친 캔버스에 물감을 똑똑 떨어뜨리거나 들이붓는 기법)으로 서양 회화사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추상 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의 삶을 그린 '폴락'(2000),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데이빗 헬프갓의 인생을 담은 '샤인'(1996) 등.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한 천재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희열을 함께 느끼게 된다.
세인들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사건들도 끊임없이 스크린에 옮겨지고 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사임까지 불러온 워터게이트사건은 '닉슨' '리처드 닉슨의 암살''대통령의 음모' 등 5편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70년대 초 박정희 정권에서 일어난 '김형욱(당시 중앙정보부장) 사건'을 다룬 신상옥감독의 '증발'(1994)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도 자주 영화의 소재가 된다.
1982년 경남 의령군에서 마을 주민 56명을 숨지게 한 '우순경 총기난동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신승수 감독의 '얼굴'(1999)과 1995년 가수 듀스의 멤버인 김성재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재현한 '진실게임'(1998), 김훈 중위의 총기 사망사고를 모티브로 한 'JSA'(2000) 등 충격이 컸던 사건들이 잇따라 영화로 제작됐다.
치밀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수사망을 통과하는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영화 제작자와 관객 모두 좋아하는 소재. 실화가 주는 사실성까지 더하면 말 그대로 '끝장'이다. 이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살인의 추억'(2003)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외딴 섬 스머티노즈에서 발생한 도끼 살인사건에 기초한 영화가 '웨이트 오브 워터'(2000)다. 유일한 생존자에 의해 지목된 범인은 교수형에 처해지지만 그 후 1백년이 지난 어느 날, 생존자의 편지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진다….
매사추세추 출신의 소설가 아니타 쉬레브는 이 사건을 기초로 1970년에 짧은 단편 소설을 썼고, '폭풍 속으로''K-19'의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영화로 제작했다. 적절한 심리묘사와 영상으로 후회하지 않을 스릴러물이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원제인 '텍사스 살인마'는 가축 도살이 직업인 사이코 가족이 전기톱으로 사람을 썰어 죽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스프랩터 무비의 시조이자 대표적인 영화로 평가되는 작품. 2000년까지 20여년에 걸쳐 다섯 차례 리메이크 됐다. '늑대의 후예들'(2001)은 1764년부터 3년간 프랑스 산악지역에 나타나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무참히 살인했던 사건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다.
'Serial Killer'(연쇄 살인마)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썸머 오브 샘'(1999)은 70년대의 암울하고 어수선했던 미국 사회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1976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2명의 여성이 피습한 첫 살인을 저지르고, 그 후 1년이 되던 날 '살인 1주년 기념살인'을 예고하며 경찰과 매스컴에 살인예고 편지까지 보내기도 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