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이 요즘 사면초가다. 이리 채이고 저리 밟혀 만신창이다.
무능과 부패에 대한 질타가 여기 저기서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일마다 되는 게 별로 없고, 지친 감이 역력하다. 수사분야 뿐만 아니라 정보고 경비교통이고 경무고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하다.
굵직한 사건 자꾸 꼬여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럴만도 하다. 굵직한 살인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어쩔 것인가. 아니 갈수록 더 꼬여만 가니 죽을 맛일 게다.
지난해 9월에 일어난 전주 금암2동 파출소 백경사 살해사건만 해도 그렇다. 경찰이, 그것도 파출소 안에서 근무중 살해 당한 사건을 지금껏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질타가 쏟아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민들의 눈에는 동료의 죽음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경찰에 믿음이 갈리 만무다. 게다가 범인이라고 잡아 놓은 용의자를 살인죄로 기소조차 못하고 강압수사 논란만 일으켰다. 그러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3년전 발생한 '익산 택시기사' 살해사건도 마찬가지다. 군산경찰이 이달초 '한 건' 올린 쾌거로 생각하고 성급하게 언론에 흘렸다가 이제는 오히려 수세에 몰린 형세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익산경찰 또한 형편이 무인지경이고, 진범 여부는 갈수록 안개속이다.
엎친데 덮쳐, 지난달에는 2001년 4월에 발생한 진안 택시기사 살해사건의 피의자 5명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마디로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난 3월 군산에서 변사처리됐던 '전기공'이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으나 별다른 수사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살해사건의 공통점을 뜯어 보면 한결같이 자백 이외에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증거재판주의'를 충족시키지 못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당연히 자백 이외에 이를 뒷받침할 정황증거를 대지 못하니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느니, 과학수사가 미진하다느니, 이러꿍 저러꿍 거린다. 나아가 수사경찰의 자질까지 들먹인다. 일이 이처럼 풀리지 않으니 가뜩이나 어려운 수사분야가 기피부서가 되어 버렸다.
또 얼마전에는 한-칠레간 FTA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곤욕을 치렀다. 경찰 봉쇄를 뚫고 1천4백여대의 농민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감찰팀이 지역에 내려와 감찰을 벌였다. 정보과와 경비교통과를 상대로 사전 정보입수 여부와 경찰 대처 등을 따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들어 유난히 대규모 집회도 많아 경찰이 녹초상태라고 한다.
내우(內憂)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서 신축과 관련, 도내 경찰서 전현직 경리계장 13명이 건설업자로 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 가운데 6명이 구속돼 얼굴을 들 수없게 되었다. 돌아가는 추이로 보아 총경 등 간부급도 무사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처럼 경찰이 안팎으로 몰리면서 사기가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경찰이 힘을 내야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도내 4천3백여명의 경찰이 배전의 힘을 내기를 기대한다. 도민들도 그들의 어깨가 쳐지지 않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첫번째 공권력이 경찰이기 때문이다. 흉악범을 잡기 위해, 또는 각종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묵묵히 그늘에서 애쓰는 이들이 그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을 '경찰이 힘을 내야 나라가 편안하다'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조상진(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