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프리터

 

 

어렸을 적 말을 키우던 이웃이 기억 난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무자비할 정도로 거칠게 말을 다루던 아저씨의 모습과 잠을 잘 때도 소나 돼지 등 가축과 달리, 서서 잠을 자야 했던 말의 모습이다.

 

말을 함부로 다루던 아저씨가 참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 잠을 서서 자야 했던 말에게 더 연민의 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을 그렇게 재우는 이유는 있었다. 말은 습성상 앉아 버릇을 하면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에 빗대는 것이 걸맞지는 않겠지만 요즘 자의반 타의반 한 직장에 꾸준히 다니는 풍속이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사람들을 이름하여 '프리티'라고 한단다. 영어의 프리(free)와 독일어의 일하는 사람(arbeiter)을 합성시켜 만든 단어다. 물론 이런 합성어는 이런 사회적 경향이 먼저 온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 가지 직종에 몸을 담고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살아왔던 기성세대에게 이들 젊은이의 모습은 생경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까지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들 젊은이들도 할 말은 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기도 하지만 어렵게 취업을 해도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그리고 말년에는 황혼이혼 문제까지 감당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이들 젊은이들이 보기에 실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세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채용정보업체 잡링크에서 구직자 3,156명을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젊은층이 무려 31%에 이른다. 이런 결과보다도 심각한 것은 이런 아르바이트로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가 55%로 가장 많았지만 자유로운 시간 활용을 위해서라거나 획일적인 조직문화가 싫어서, 또는 직장생활 스트레스가 싫어서라는 응답도 41%나 됐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아르바이트가 주종을 이루지만 의도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서 일본이 겪은 일이니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 들일 생각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일의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이 보장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