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조상진 정치부장

 

 

1960년대 참여시의 전형으로 꼽혔던 시인으로 김수영이 있다. '시여 침을 뱉어라'등 강한 이미지를 남긴 그는 선구자적 목소리로, 살아있는 지성중 하나였다. 그의 시 가운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소시민의 무력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 이 시를 요즘 되새기게 된다.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왜 이렇게 작은 일에만 매달리고 뒷북만 치는지 안타깝기 때문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저 왕궁의 음탕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요즘 나라안팎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자탄이 절로 나온다.
애써 큰 일을 잘 치러내고도 뒤늦게 긁어대 흠집을 내고, 결과적으로 잘 했던 성과마저 까먹고 마는 일이 많다. 또 그 흠집과 상처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여기에 정치 소인배들이나 지역이기주의가 그 틈을 파고 들어 기생한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에 대한 공방이며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여야의 특검법 처리문제 등이 대표적 사안이 아닌가 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치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패로 끝나긴 했으나 예상외로 선전(善戰)했다는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정부나 삼성의 노력이었건, 프리젠테이션이 안겨준 감동이었건 IOC위원들에게 코리아를 각인시켜 준 것만해도 대단한 성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됐지, 실패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라는 사람이 한 사람을 융단폭격함으로써 실패책임을 면하고,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는 얄팍한 속내가 얄미울 정도다. 

물론 부위원장에 나선 김운용 IOC위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 없을 듯하다. 실제로 국내개최지 결정 당시 KOC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김운용 위원은 전북과 강원을 두고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설(說?)이 파다했다. 당시 유종근 전북지사가 그의 손에 놀아났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진선 강원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씨의 강요로 2010년 대회유치권은 강원에, 2014년 대회유치권은 전북에 부여키로 한 동의서를 써줬다”고 한 발언 또한 궁색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명과 괴논리를 늘어 놓을지 궁금하다.
김운용 위원 문제건, 동의서 문제건, 떠들수록 국내외에 망신만 떨 뿐이다. 무주가 됐든 평창이 됐든 2014년 유치에 도움이 될리 없다.

특검법 처리도 그렇다. 1차 특검으로 대북송금의 성격이나 전모가 밝혀졌으면 됐지, 제3의 특검은 뭔가. 3년전에 있었던 민족내부의 문제를 까발려서 어쩔셈인가. 일부에서는 '북한에 지원은 하되 투명하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투명하게 할수 있었을까.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이 남아도는 쌀을 지원하는데도 '퍼주기''뒷거래'라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판에 그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현금지원은 안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핵개발이나 무기구입에 쓰였다는 직접적 증거 또한 찾기 힘들다. 남북이산가족이 만나고 철로가 뚫리고,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리는 것을 그러한 비용으로 봐줄 수는 없는가. 나아가 노벨 평화상까지 돈주고 산 상이라고 폄하해서 될 일이었던가. 김수영의 시는 이렇게 맺는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