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의 새만금 간척사업의 공사중단 결정을 두고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여론은 돌풍으로 몰아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히 충격적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업의 지속추진을 위해 법적 대응은 물론 관련 장관 퇴진에다 현 정권의 퇴진운동도 불사한다고 천명할 정도로 격노한 상태다. 가까스로 신청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신청을 철회하고 전국체전도 반납한다는 움직임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역민들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파격적이다.
사실상 국책사업에 대한 지방독립운동이 선언된 것과 다를바 없다.
탄식과 분노의 씨앗
군산시 옥도면 새만금 방조제 현장은 중기계 소리가 한때 멈추고, 새만금의 관문이 예정된 야미도와 신시도에서는 느닷없는 법원의 결정에 '더 이상 못참겠다'면서 탄식과 분노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주민들은 국력이 총집결되는 국책사업이 이토록 오랜기간 갈팡질팡하면서 흔들릴 수 있는가에 의문을 달고 있다. 국가에서 일단 결정한 사업이라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진행되는게 정상이라고 보아온 '순진한' 이들 주민들의 시각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새만금 간척사업은 행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계획을 만들어 내고 국회가 10여년동안 예산을 배정해온 사업이 아닌가. 완공직전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지는 사태가 안타깝다. 안개속의 형국이 국민 신뢰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조5천여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계속되어온 국책사업을 완공직전에 사업시행인가 효력정지를 신청한 것이 시기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 없지 않다. 앞으로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대통령이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사법부에서 제동을 걸었을까 하고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의 혼란스런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신구상을 조속히 마련해 사업중단 기간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내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여 도민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전북에서는 이미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유치를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17년간 표류해온 국가적 난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혐오시설이라고 해서 극심한 거부감에 부딪쳤던 국책사업이었다. 그만큼 부안군의 결단은 신선하다.
갈수록 피폐해지고 인재도, 자금도 떠나는 지방에서 오죽하면 국가와 지역의 발전이라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라도 끌어안겠다는 이 지역 주민들의 처절한 입장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국책사업의 공익성 중요
이번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다수 여론의 향방에 따라 이들 환경단체의 친환경적 지적이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침묵하게 되는 '침묵의 나선'이 되어서도 결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전북도민의 염원이 담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중단은 전북을 내동댕이치는 꼴이다. '외딴 지역'의 외로운 투쟁의 길이 그동안 누적되어온 한맺힌 절규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합당한 절차를 거쳐 추진하기로 결정된 국책사업의 공익성은 환경보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