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집단행동과 양보·타협

 

 

지난 18일 오전 일이었다. 도청 1청사 앞에는 수 십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집회'로 도청직원들은 허둥댔고, 뒤늦게 경찰 정보과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상황파악에 나섰다. 시위대는 도청 진입을 시도했고 직원들은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위대중 대표자 3명을 구성해 민원관련 관계자 면담이라는 긴급제안이 이뤄졌다. 시위대들도 흔쾌히 대표자를 구성했고, 상황은 어느덧 종료되는 듯 했지만 한동안 도청 앞은 술렁거렸다.
잘못된 도로개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미 민원을 제기한 상태였지만,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집단 행동을 벌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행정편의적 사고과 관료주의적 행태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는 강경한 입장도 피력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요즘 사회에서 무슨 일이든 수수방관해 있다가는 낙오자로 전락하기 쉽다. 한마디로 자기보호를 하지 않으면 손해만 입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주장은 곧 행동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번 일의 발단도 잘못된 행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민원들은 전했다.

당초 행정과 주민간 원만한 합의를 통해 현안사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뒤늦은 바람도 있었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각 다른 권리주체를 일일이 설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권리와 의무, 전혀 다른 뜻이지만 한데 묶여 하나의 개념처럼 강조되어 왔던 말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의무'을 강제하기에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너무 빨리 성장했다.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수많은 민원들이 곳곳에 산재돼 있다. 그만큰 언젠가 집단행동으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찬반 논쟁으로 얼룩진 새만금이나 방폐장 등의 영향 탓일까. '바람 잘 날 없는'전북에서 요즘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 집단행동을 바라볼 때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의 현주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불어 사는 합리적인 세상, 그날을 위해 양보와 타협이라는 미덕을 새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