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촛불밝힌 부안

 

 

자연과학의 발달로 인류가 문명의 빛인 전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촛불은 다만 어둠을 밝혀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촛불의 물리적 효용이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자신의 몸을 살라 세상에 빛을 준다는 상징성은 종교와 결합해 또다른 의미를 낳고 있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엄숙주의라는 전신세계의 빛 역할이 그것이다.

기독교에서 촛불은 세상에 진리의 빛을 안겨준 예수의 상징이다. 촛불앞에 무릎 꿇고 인류 구원을 간구(懇求)하는 예수의 모습은 끝내 고난의 십자가를 맨 자기 희생의 상징이다. 부활절이나 성탄절때 교회마다 촛불을 밝히고 예배를 드리거나 행진을 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불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법당의 부처님 앞에 촛불을 켜 놓고 예불을 드리는것은 끊임없는 우러름과 정성, 깨달음을 준데 대한 불자들의 감사와 찬탄의 마음을 이깨우자는 뜻이다.

이런 종교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촛불은 우리 사회에 막연한 불신과 증오, 불의와 악을 물리쳐 달라는 기원의 상징으로도 널리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달 서울시청 앞을 뜨겁게 달군 대규모 촛불시위의 감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미군장갑차에 치여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10만 시민·학생의 촛불시위 행렬은 이 시대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며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는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비폭력·평화적 시위문화의 전형을 선보인것은 또다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그 촛불시위가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문제로 보름이상 갈등을 빚고있는 우리고장 부안에서도 연일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이 시위에는 각 읍면 농민회 종교단체, 가족단위 주민등 2천여명이 참가하고 있지만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비폭력 평화시위로 '핵 폐기장 없는 아름다운 부안'을 만들자는 간절적 호소를 담고있는 것이다.

방폐장 유치문제는 비단 부안군민뿐 아니라 도민 모두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의 희망일수도, 절망일수도 있다. 그 결론을 지금 당장 내릴수도 물론 없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다만 우선 내려진 유치결정을 놓고 그 논란의 시발점을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 내리는 밤, 촛불을 켜들고 간절히 기구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는 도민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안타깝지만 아직 촛불을 켤때는 아니라고 한다면 망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