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17년 님비'의 빅딜을 보는 눈

이경재 편집국장

 

 

지난 87년 3월 미국 뉴욕 근교의 아이슬립이라는 곳에서는 쓰레기처리방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쓰레기 3천여톤을 바지선에 싣고  받아줄 곳을 찾아 무작정 항해에 나섰다. 미국 남부 6개주를 전전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다시 중남미의 멕시코와 바하마까지 장장 6개월 동안 6천마일을 돌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게 됐는데 이때 '님비'(Not in my backyard)라는 말이 처음 생겼다.

원자력발전소나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 광역쓰레기처리장, 분뇨처리시설, 치매병원, 교도소 등과 같이 국가 단위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이른바 공공성 결핍 또는 자기중심적 증상이 님비증후군이다.

 

혐오시설 반대급부 파격적이어야

 

내 뒷마당 뿐 아니라 자기가 사는 지역권 내에는 각종 환경오염시설들을 절대 짓지 못한다는 '바나나'(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현상도 공공정신의 약화를 드러내는 신드롬인데 어느 나라 어느 자치단체에서나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열병을 앓기 마련이다.

지금 위도의 방폐장 유치 문제로 부안지역이 열병을 앓고 있다. 바나나신드롬의 하나로 3주일째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혼란으로 볼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메가톤급 혐오시설이 들어서는데 박수치며 환영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일대 전환이 없는한 원전의존은 절대적이며 그 폐기물은 어디가 되든 반드시 설치해야 할 시설이다. 석유자원은 앞으로 40년, 석탄은 150년 정도가 이용한계이고 우라늄이 현재로서는 경제성과 대량공급이라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원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대해 주민들의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반대급부가 당연히 뒤따라야 하고 그건 생색내기가 아닌 파격적, 획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해당 지역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 이를테면 직접보상은 물론이고 세금감면, 일자리제공, 각종 지역개발사업 등이 파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님비'를 뛰어넘고 '바나나'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90% 이상이 방폐장 유치 찬성의사를 보인 위도주민들이 정부의 현금보상 배제 방침에 동요하면서 실망스런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돈으로 해결하려는 좋지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게 정부의 직접보상 불가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안일하고도 무성의한 태도를 보면서 만약 내집 뒷마당이라면 나는 방폐장유치를 반납할 것이다. 방폐장이 들어서면 '풀 한포기 안난다'고 믿는 마당에 형평성을 따지고 선례가 좋지 않다는 따위의 사고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17년동안 돌고 돈 끝에 이제 막 정착하려는 판에 장관들의 현실인식이 이런 정도라면 차라리 부안군도 다른 액션을 취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정부 눈치 보는 꼴 우스워

 

님비와 바나나심드롬을 극복하기 위해선 직접보상은 당연한 것이고 산자부장관 말마따나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영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자신의 뒷마당에 혐오시설을 앉치겠는가.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방폐장 사업을 놓고 열린 자세로 호소한 적도 없었고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인 적도 없었다. 그런 마당에 이제는 유치신청이 이뤄지자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역이 싫어하는 초대형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마당에 주민과 자치단체가 정부 눈치나 보고 지역개발사업에 목을 매단대서야 꼴이 우습지 않은가.

 

/이경재(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