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을 반대하는 차량시위가 지난 5일 전주로 옮겨져 전개됐다.
경찰은 한꺼번에 몰려든 차량들로 인해 그리고 시위자들의 분노로 인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충경로 사거리를 비롯, 시내 한복판을 이들에게 내줬다.
5백여대 차량 시위자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핵 절대반대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은 사태수습은 고사하고 성난 시위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상부의 지시만을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의 분위기는 뇌관에 막 불을 붙인 폭탄처럼 폭발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퇴근길 교통대란을 우려한 경찰이 원천봉쇄 방침을 거두고 도청 앞을 경유해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시위차량을 유도해 부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는 이렇게 별다른 사고없이 마무리 됐지만 경찰의 미숙한 대응은 두고두고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같은 미숙한 대응에 대한 여론의 질타보다 경찰은 천우신조라는 사자성어를 연거푸 쏟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경찰은 이날 왜 천우신조라는 성어를 사용했을까?
"시위중에 용비어천가라도 공부하신 겁니까?” 갑자기 왜 이 같은 성어를 되풀이하는지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때 맞침 내린 게릴라성 폭우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성난 시위자들이 비를 맞고 끓어오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성계가 천명을 받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조선을 개국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때 맞침 일이 잘풀릴 경우 흔히 사용하는 '천우신조'.
이날 시위의 마무리는 경찰 얘기처럼 천우신조가 딱 어울릴 듯 싶다. 그러나 방폐장 반대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속에서 경찰은 언제까지 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경찰은 사전에 제대로 시위상황을 파악한 뒤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천우신조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