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문화인의 조건

 

 

 

언젠가 신문지상을 통해 한 일본인 상사원이 ?맞아 죽을 각오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질타한 일이 있다.

 

 

그때 그 일본인은 한국인들이 선진국 발돋움의 열망 하에 첨단 공산품 생산능력을 갖추는 일에 만 오로지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상황을 보고 ?손톱 밑에 비접 든지만 알고 염통 곪는 줄은 모른다?는 한국속담을 인용 그 일에 더해 교통질서나 행락 질서 등 하찮은 생활문화의 법규를 제대로 잘 지키면서 그런 바탕 위에 자발적으로 서로 양보하는 삶의 격을 높일줄 아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따끔하게 상기시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일이 생각난다.

 

 

선진국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일컫는 것이다. 거기엔 문화생활을 통해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의 여유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함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하였다.

 

 

문화와 예술이 고작 경제성장시대에 그것을 증거 해주는 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던 세월이 엊그제 같았는데 시대발전의 사조는 지금 우리들에게 문명의 발전된 결실과 아울러 생활문화의 철저한 이행을 동시에 촉구하는 급박한 상황변화를 초래케 하여 어리둥절한 현실을 맛보게 하고 있다.

 

 

문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삶을 이룩해 가려는 뜻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사람이 없다면 그 존재가치마저 없는 것처럼 문화는 우리 인간만의 전유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문화를 이루며 살려고 하는 것일까.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전된 사고 의식이 있어 미래의 삶을 보다 낫게 하려는 뜻을 지니고 사는 까닭일 것이다.

 

 

다른 짐승들은 항상 같은 방법대로 살다가 죽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그것을 지향해 가는 동물은 우리 인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미래 지향의 소망이 있는 까닭에 서로 함께 나누며 누리는 삶의 세계이지 소유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문화는 서로 함께 산다는 뜻을 사람에게 요구하며 이와 같은 문화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려는 사람을 문화인이라 부르고 문화인에게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항상 충만해 있어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해서 행동할 줄 아는 배려하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 남을 존중하고 나를 살피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인은 베푸는 마음이 넉넉해야 한다. 돈이 많고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쉬운 삶속에서도 나누어 먹을 줄 아는 마음씨가 더 훈훈하고 감동적인 법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더 가볍다는 이치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어느 부자보다 더 넉넉한 사람이다.  남몰래 서로 행복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게 기꺼이 봉사하고 헌신하기를 즐거워 하는 당사자를 일컫는 것이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아무런 구김살 없이 어느 누구와도 어울려 살려고 길을 트는 사람이 곧 참다운 문화인인 것이다.  아무리 유명인사거나 부자라 하더라도 배려하는 의식이 결여된 사람은 문화인이 될 수 없다.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고 내 가족일 소중한 것이 아니라 이웃도 역시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문화인의 도리인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5천년의 역사 속에서 토속 신앙을 비롯한 불교 유교를 이어오는 민족 신앙과 민족사상의 바탕 위에 그대로 우리만의 고유한 민족 정기와 민족 문화를 지켜 왔었다. 그 결실은 인간관계에서 공손하며 삼가 하는 말과 몸가짐의 예의를 마음의 중심으로 무장하였으며 결백하고 정직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를 행동 철학으로 신봉하는 민족혼이 있어서 동방예의지국의 윤리와 도덕을 민족정신의 근본으로 정립하였기에 큰 흔들림 없이 지탱해 왔었으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서구 문물이 물밀 듯이 밀어닥치면서 우리나라는 도덕이라고 하는 자정능력의 정화제를 잃은 사회가 되어 악의 유혹과 번성이 팽배해 지면서 바람이 불면 쏠리고 물결이치면 출렁이는 실로 자주의식이 망각된 현실로 전략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거짓말을 밥 먹 듯 하는 정치인이 늘어났는가 하면 남을 사기치는 소위 사업가들이 판을 치고 남녀를 불문하고 강도행각이 성행하며 심지어는 남의 작품을 표절하는 사이비 작가들이 백주 대낮을 활보하는 몰염치한 파국에 이르고 말아 가히 반 문화인의 천국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천우신조의 조화인지는 몰라도 요즈음 들어 우리 주변에는 있는 자 들이나 과시하며 방자하게 사는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어려운 서민 대중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외로운 이웃이나 불우한 사람들을 찾아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위로하고 돌봐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공익이나 사회 질서 등의 생활문화 쪽에도 방만한 규모의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고 하는 방중이 되고 있는 듯 싶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른바 문화인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는 '군자가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공자의 주장이 하루 속히 현실화되길 학수고대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고창문화원장 이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