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여름철 氣象이변

 

 

매년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께 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한낮의 푸염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25도를 넘나드는 열대야(熱帶夜)현상이 나타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이 한반도의 전형적인 여름 기상이였다. 그러나 올해 여름은 비교적 덥지 않은 여름밤이 계속되고 있다. 8월중순에 접어들어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아직 한차례도 열대야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새벽에는 최저기온이 17∼18도까지 떨어질 정도이니 해마다 위세를 떨치던 열대야현상도 무색하게 됐다.

 

매년 10차례 정도, 25도가 넘는 '무더위 밤'을 보냈던 전주의 경우 올 여름 기상대 측정결과 두세차례 열대야에 근접한 기온을 나타냈던 것을 제외하고는 한차례도 열대야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제주도가 5차례, 광주와 대전이 한차례씩 '무더위 밤'을 보냈을뿐 대부분의 도시들이 올 여름밤을 선선하게 보냈다. 기상청은 '올 여름에는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만 하면 비가 내리면서 뜨거운 기운을 식혀버려 밤에는 비교적 서늘한 날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오늘이 여름의 끝자락이라 할 수 있는 말복(末伏)이고, 다음 주 23일이 가을의 시작인 처서(處暑)다. 사실상 올 여름 열대야현상은 끝난 셈이다.

 

이처럼 한반도가 선선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 도안 유럽은 2주째 계속되고 있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최악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1일 밤중 기온이 1백30년만의 최고기록인 섭씨 25.5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는 보기힘든 열대야현상이 나타났다. 원자로가 과열되고 냉각수의 수온이 올라 전체 58개 원전의 25%가 멈춰섰다고 한다. 독일의 로트지방은 낮 기온이 40.4도를 기록하면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730년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교황까지 나서 '기우제 미사'를 접전했다고 하니 유럽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실상을 짐작할 만하다.

 

무더워야 할 계절이 덥지 않은 한국의 열므이나, 1백여년만의 폭염이 계속되는 유럽의 여름기후 모두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상이변을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모두 알면서도 기피하여 재앙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것만이 기상재앙을 막는 길이다. 전 지구촌이 힘을 합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