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날짜로 광복 58주년을 맞았다.
이날은 우리가 일제치하 36년간의 기나긴 억압과 굴곡에서 해방된 뜻깊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감격과 함께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함을 금할수 없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후 나치에 협력했던 매국노들을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애국심을 일깨우고 사회정의를 올바로 세웠다. 프랑스의 이같은 자주정신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의 독선을 강력하게 비판하거나 제동을 거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지 58년이나 됐지만 일제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친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떳떳이 살아가고 있다. 그 후손들은 선조들이 물려준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쥐고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 일부 친일후손들은 마치 자신들이 사회적 정의를 올바로 세우고 앞장서 애국하는 것처럼 일반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이같은 풍토속에서 우리사회의 정의는 어느새 실종되고 선량한 국민들의 절망감만 커지고 있다.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도, 사회에 해악을 끼친 범죄자와 부도덕한 기업인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채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될 것이 없다는 잘못된 풍토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독버섯처럼 만연하고 있다. 일제잔재를 청산치 못함으로써 잃어버린 정의가 우리모두의 죄의식을 마취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과 전재산을 다 바쳤던 독립유공자의 가족이나 후손들의 상당수가 사회적 무관심과 정부의 미흡한 지원정책으로 인해 궁핍한 생활을 면치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구한말 항일의병장으로 건국훈장 독립장까지 추서받은 둔헌 임병찬장군의 직계후손이 전화비가 없어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우리사회의 이런 왜곡된 풍토속에서 또다시 일체강점기같은 암울한 시대가 도래한다면 누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