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북부, 중서부와 캐나다 동부 지역에 14일 오후(현지시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산업체와 도시기능 일부가 마비됐다.
정전을 틈 탄 약탈 등 무질서는 캐나다의 오타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보고되지 않았으나 해당지역 주민 약 5천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당해 북미지역 최대 정전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정전사태는 발생 두시간만인 오후 6시께부터 뉴욕 등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전기가 복구되고 있으나 상당수 지역에서는 정전이 계속되고 있어 미국국토안보부는 15일께 완전복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오후 4시(한국시각 15일 오전 5시)께 미국과 국경을 접한 나이애가라 폭포 인근 캐나다 지역에서 시작돼 미국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 등 동북부 지역과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으로 순식간에 번져갔다.
정전으로 대다수의 기업체들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켰고 식당과 상점들도 문을 닫아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차량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나 신호등이나 터널의 전등조차 가동되지 않아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지하철과 교외 통근열차도 운행을 중지해 혼잡을 가중시켰다. 일부 시민들은 운행중인 지하철 객차나 엘리베이터 안에 한동안 갇히기도 했다.
또 공항의 보안점검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뉴욕의 존 F. 케네디와 라 과디아 공항 등 정전지역의 주요 공항에서는 한동안 항공기 착륙이 금지됐다.
핵발전소의 가동도 중단되는 등 정전지역 발전소중 적어도 21곳이 가동을 중단했으며 뉴욕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안확보를 위해 주 방위군과 경찰을 주요 지역과 시설에 투입했다.
정전은 뉴욕증시가 마감되는 시간에 발생해 증권거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메릴린치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은 자체 발전시설을 가동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서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었으나 자세한 피해내역은 집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후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가격이 상승(수익률은 하락)하고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이 사태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금융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전사태는 이날 오후 6시께부터 회복돼 뉴욕시의 경우 5개 지역중 브루클린, 퀸스 지역등 3개지역에서는 대부분 전기가 복구됐으며 특별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경찰당국자가 밝혔다.
캐나다는 금융중심도시 토론토 시내에서는 15일 새벽부터 전기가 복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정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 오타와에서는 새로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정전사태는 테러의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이번 정전사태가 테러로 발생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나 사태 원인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실은 "나이애가라 지역 미국쪽에 있는 콘 에디슨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며 정전원인이 화재에 의한 것이며 화재는 낙뢰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CNN방송은 뉴욕주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캐나다의 전력공급업체 나이애가라 모호크에서 과다한 전력수요로 전력송출이 중단되면서 연쇄정전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뉴욕전력당국도 나이애가라 발전소의 낙뢰화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여러 곳에선 산발적인 약탈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