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처서(處暑)다. 처서는 입추(立秋) 다음에, 그리고 백로(白露)보다는 앞선 절기이다. 처서가 되면 제법 가을 기분을 느낄 정도로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니 처서가 아직 아닌 모양이다. 연일 30도를 웃돌지를 않나 하루 걸러 하루씩 비가 내리질 않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날씨는 유럽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40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인명피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약해지는 것도 질병 피해를 더욱 크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언급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지구의 온난화로 기온이 2도 올라가면 말라리아 모기의 신진대사도 두 배이상 늘어 인간에 대한 공격 역시 잦아진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 추세로는 이 모기의 활동면적이 지구표면의 42%에서 60%로 넓어질 것리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처음에 천명이라던 프랑스의 사망자 수가 천명을 넘어 이제는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추산의 근거는 장의사협회에서 제공한 것이지만 유독 올 여름, 그것도 지난 3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로 보아 폭염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사망자의 다수가 독거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를 두고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던 바로 그 나라에서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국가기관, 아니 적어도 이웃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폭염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 방치되면, 평소 동물을 끔찍할 정도로 아끼던 사람들도 기르던 애완동물을 무심히 거리로 쫒아내고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나는 나랃. 기르던 동물이 거리를 배회하다가 맞게 될 운명을 이들이 모르는 바 아닐 터인데도 말이다. 결국 이들에게 휴가는 애완동물보다, 그리고 독거노인들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려 준 셈이 되었다.
요즘 무덥기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날시 때문에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경제형편이 나은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우리도 이런 문제에 대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