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 전주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여부가 핵심이다. 그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거다. 이는 전주시 완산구가 이번 국회 선거구 획정에서 분구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하는 말이다. 여야간 협상을 지켜봐야겠지만 완산구가 인구상한선인 33만명이 넘어, 분구가 확실하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금 분구지역에 군침을 흘리는 입지자가 한둘이 아니다.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에서 부터 이 지역 신인에 이르기까지 10명 남짓이 넘본다.
그리고 만약 전주시장이 총선에 나가게 되면 그 자리를 노리는 입지자들도 우글거린다.
지금 정국은 안개속이다. 여당은 신·구주류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야당은 '60대 정년론'등으로 시끄럽다. 또 개혁당이며 개혁연대 등 가깝게는 4·15총선, 멀게는 한국의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다.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쳐 안개정국이 걷히면 입지자들의 윤곽은 더 확실히 드러날 판이다.
이런 가운데 김시장의 출마는 국회의원 자리 하나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 말고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지방의 정통행정관료가 어떻게 프로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강현욱 지사도 정통관료이긴 하나 중앙부처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따라서 도내에서 95년(지방의회는 91년) 지방자치 출범이후 지방의 물을 먹고 자라, 중앙정치나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한 인물은 아직 한명도 없다.
김 시장은 도내 행정관료중 유능한 인물중 하나다. 학력이며 경력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한마디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전주시장에 재선되었고, 전국 232개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판단이 빠르고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핵심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을 먼저 선점할 줄 아는 순발력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심하고 차갑다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일부 '징그럽다'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
어찌보면 그만큼 깨끗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면 일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만금 수질악화를 이유로 환경부 등에서 극력 반대하는 전주권 그린벨트를 풀어내는 솜씨며,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사업,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좋은 예다.
그런 그를 주위에서 가만 놔둘리 없다. 그의 주변에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퍼져있다. 도지사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는 거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바로 진출하기 어려우니, 이번 총선에 나가 중앙무대 경험을 쌓고, 그 뒤에 지사에 도전한다는 거다. 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노(No)'라고 말한다.
측근중 하나는 우선 그의 성격을 들었다. 정치학과 출신이긴 하나, 아직도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어색해 한다는 것이다. 또 '물'이 다른 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는데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댄다.
이같은 얘기를 들으면서 고건 총리와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며 돌풍을 일으킨 일본 이즈모시의 전(前)시장 이와쿠니 데쓴도가 생각났다. 그동안 만나본 인물 가운데 그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고 총리와는 클린이미지가 통하고 이와쿠니와는 '지방의 반란'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고 총리에 비해서는 포용력에서, 이와쿠니에 비해서는 도전정신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거취가 전주시정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더 큰 꿈을 넘보는 것은 좋다. 허나 그의 캐치프레이즈대로 '전주 바꾸기'를 제대로 하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