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GO, 칸쿤서 反WTO 시위 주도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13일 약 2천명의 반(反) WTO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회의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팽팽한 대치상황을 연출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 성조기 뿐만 아니라 WTO를 상징하는 종이인형을 불태우고 WTO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는 한국에서 온 반WTO 시위대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목을 끌었다.

 

경찰은 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장소로부터 시위대를 10㎞ 범위 밖에서 차단하기 위해 설치해둔 철제 바리케이드가 한국인 시위대에 의해 10여m가 뚫리자 이를 몸으로 막으면서 시위대의 진입을 저지했다.

 

여성시위대가 먼저 절단기를 이용, 철망펜스에 구멍을 낸 후 한국인 시위대원들이 밧줄을 이용해 철제 저지선의 일부를 끌어내려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가 뚫린 저지선으로 회의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또 `블랙블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약 100명의 과격시위자들이 돌과 각목, 사제 가스마스크 및 방패로 무장해 시위를 벌이자 시위지도부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전개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의 저지로 철제 바리케이드 돌파에 실패하자 시위대원들은 성조기와 WTO를 상징하는 종이인형 화형식을 갖고 "제국주의 WTO 반대" 구호를 외쳤다.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강기갑 의장은 시위대의 환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우리가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WTO를 와해시킬 힘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경찰과 몇시간의 대치 끝에 저지선 돌파에 실패한 시위대는 평화적으로 해산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날 시위가 반WTO 시위연대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날 시위에는 멕시코 주민들과 아시아 각국의 농민들, 미국 학생, 아프리카의 반세계화 활동가 등이 참가했다.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약 5천명의 좌파 시위대가 마닐라 중심부에서 행진시위를 벌이면서 반WTO 구호와 함께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반대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