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농민들의 시위활동이 그 어느때보다도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업과 농촌이 날로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올해는 벼 냉해와 고추역병 등으로 농민들이 심한 몸살을 앓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아픔을 무대책 무대응으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WTO 농업협상에 불만을 품은 고 이경해씨의 자결이 기폭제가 되어 농민들의 불안감과 위기감은 극을 향해 치닫고 성난 농심은 거센 들불로 타오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서정의 회장도 18일 "흉작에다 농업을 도외시하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농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이경해씨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어 향후 농권투쟁은 농민봉기 수준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농연은 11월 19일 10만명이 참여하는 농민생존권 쟁취 국민대회를 가질 계획이며 전농은 이보다 일주일 앞선 13일에 WTO에 반대하는 대규모 농민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쌀 수입반대 서명작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부안지역의 방폐장 반대운동도 농민운동과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농민들의 분노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포자기식 울분이 자연스럽게 분출된 것이다. WTO농업협상이 이뤄지고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잃게 되면 농산물이 무차별 수입되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돈'이 되는 소수 품목에 매달리게 될 것이고 이들 품목의 과잉생산으로 가격폭락이 되풀이 되면 농민들은 영농을 포기하고 농촌은 붕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농민들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올해도 농기계 반납투쟁과 벼 야적시위 등의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농지에서 인생을 가꾸며 삶을 설계해야 할 농민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방황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농심은 천심이다. 벼 냉해대책 등 성난 농민의 목소리에 정부는 성의있게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