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지만 호남사람 모아놓고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내 마음속에 호남사람들 비난하거나, 그런 생각 한번도 가져 본 적 없다. 하물며 대통령 당선되는데 호남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는데 내가 왜 배신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일 춘추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광주전남 언론간담회 때 언급했던 '(지난 대선에서) 호남사람들이 나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으로 볼 수 있으며, 사실 내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었냐'는 말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토로한 대목이다.
이날 기자들과 차분하게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던 노 대통령은 이 부문에 이르자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매우 격앙된 어조로 말을 했다. 자신의 진의가 왜곡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었다. 오히려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호남에 대한 애정은 변치 않고 있으니, 끝까지 지켜봐 달라'는 말을 꺼내면서 곁들인 '대안론'이 정치인들에 의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데 악용되고 있으니 그도 그럴법 했다.
당시 간담회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충분히 이해하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이구동성으로 털어놓았다. 그런데 전체 설명중에 한 대목만 떼어놓고 문제를 제기하니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
노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얘기해야지 말 꼬투리를 잡아서 쓸데없는 소리하고''그 말 가지고 국회의원 계속하겠다는 것 아니냐. 양심들이 있어야지.'라며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감정의 일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보면서 여러 국정현안 가운데서도 노 대통령은 호남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진의가 왜곡돼 전달된 것을 보고는 무척 상심했을 법도 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진실 왜곡의 자체보다도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자신의 의도가 변질되는 것이 더욱 가슴 아팠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