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금(金)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재화(財貨)를 꼽으라면 단연 금(金)을 들 수 있다. 금은 변치않는 색깔과 독특한 광채, 주조와 합금이 용이성 그리고 보통의 화학약품에 용해되지 않은ㄴ 점 등 몇가지 고유한 특징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을 뿐 아니라, 산출량이 적어서 귀금속 대우를 받으면서 화폐가치의 척도로 이용되어 왔다. 금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구약성서 창세기에 언급이 돼 있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기원전 35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금제장신구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기원전 5000년경 부터 인류의 삶 속에 자리잡았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을 빼놓고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반만년 역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과 각종 장신구는 '귀금속 세공술의 총아'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한 황금문화를 꽃피웠다. 금은 또한 우리의 의식 속에 '악귀를 쫒는 위력''질병을 치료하는 효험''변치않는 사랑의 징표''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1997년 IMF체제를 맞아서는 전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낸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는 국내 전 가구의 23%에 달하는 3백49만여명이 참여, 모두 2백25t(21억7천만달러 상당)의 금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18억2천만달러어치인 1백96.3t은 수출하여 외채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한국은행이 매입 외환보유고증대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한데 요즘 세계경제가 장기복합불황에 빠지면서 금값이 오르자 금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몰려들어 희비쌍곡선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본 일부 부유층에서는 불안심리가 발동 금괴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생활비 조차 바닥이 난 서민들은 장롱 깊숙히 아껴뒀던 결혼예물과 아이 돌반지 까지 들고 나와 처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금을 대량으로 매집하려는 큰손들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상속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니 더욱 기가 찬다. 세상만사 음양이 있게 마련이지만 금의 두 얼굴을 같은 장소에서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