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혹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이미 세우는 한편 독일제 잠수함과 미국제 미사일을 개조해 핵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1일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이같은 기사 내용이 사실일 경우 아랍권과 이스라엘 간에 분쟁이 한층 더 고조되고, 이런 속에서 자칫 이스라엘이 실제 선제공격을 감행하면 중동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닫을 것으로 우려된다.
슈피겔은 이날 미리 인터넷판에 띄운 13일자 호 기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안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리엘 샤론 정권은 핵무기를 제조하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 내 핵시설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는 F-16 전투기로 6개 시설을 동시에 폭격해 완전 파괴한다는 내용의 `까다롭지만 기술적 난관이 극복될 수 있는' 선제공격 계획을 세웠으며, 2개월 전에 산하 특수부대에 작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스라엘이 이 선제공격 계획을 세운 것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모사드의 첩보에 따른 것이라고 슈피겔은 밝혔다.
한편 슈피겔은 미국 일간 로스앤젤스 타임스를 인용, 이스라엘이 독일에서 도입한 돌핀급 잠수함 3대에 미국제 하펀 미사일을 개조 핵탄두를 장착했다고 밝혔다.
슈피겔은, 이란이 90년대 초반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자 이스라엘은 핵미사일들을 이란의 선제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상 배치를 추진해왔다면서 이스라엘은 이로써 육상과 공중, 해상 모두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LA 타임스는 "미국 안보 관리 2명은 이런 사실을 시인하면서 관련 정보가 이스라엘의 적대국에 알려질 경우 이란에 핵 보유 포기를 설득하는 일이 힘들어지고 중동분쟁이 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슈피겔은 전문가들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이스라엘의 잠수함 핵미사일 장착 추진을 경고해왔으나,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스라엘의 보유 핵탄두를 총 100-200기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사실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지난 1969년 이후 핵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랍권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이를 눈감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 개발 공방 이후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과 미국의 폭격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란은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 만으로도 제재위협을 받는데 비해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아랍권 등은 미국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국제사회 역시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부 양심적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추진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스라엘 등에 대한 이같은 이중기준을 철폐하고 핵보유 강대국들도 NPT협약의 정신인 핵감축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