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한다.
부시 대통령은 도착 당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지난 5월 텍사스 목장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이라크 지원 문제 ▲엔화 환율문제 ▲북한 핵문제 3가지로 볼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장 11월 총선거(중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고, 부시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이 이들 의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요리'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이라크 지원 = 미국 정부가 일본 쪽에 손을 벌려야 하는 사안이다. 미국은 그간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인적, 금전적 기여'를 요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적 기여는 육상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이며, 금전적 기여는 이라크 재건을 위한 분담금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방일 이전에 두 가지 문제를 대체로 정리해 둔 상태이다. 12월께 육상자위대 선발대를 파견하는데 이어, 내년 봄 본대를 파견하다는 게 일본측의 계획이다.
또 이라크 분담금의 경우도, 내년 15억달러를 시작으로 오는 2007년까지 4년간 총 50억달러 이상을 내놓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상회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일본측의 `확실한 일정' 제시 내지 육상자위대의 조기파견을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엔화 환율 =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강한 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얘기해주길 잔뜩 기대하고 있다.
미조구치 젠베이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14일 부시 대통령 방일로 엔고(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시장 일부의 관측을 부정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조구치 재무관은 "미국의 스노 재무장관도 백악관 보도관들도 강한 달러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얘기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종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강한 달러 정책유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달러화 약세를 원하는 미국내 업계를 대변해, 엔고저지를 위한 일본의 시장개입에 `옐로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부시 대통령이 방일중 일본측에 시장개입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엔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와 총선을 앞둔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형편을 감안해 환율 문제를 어물쩍 짚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 핵문제 =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본 노선에 공통인식을 보이고, 북핵 6자회담의 차기회담이 조속히 개최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15일이 일본인 납치피해자 5명의 일본 귀국 1주년이 되는 만큼 납치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도 상징적인 언급을 할 가능성이 있다.
NHK 방송 등 일본의 일부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언급으로 인해 앞으로 한.미.일 3국간의 대북 협의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어,양국 정상이 한국의 최근 정정과 대북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