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중국의 도약과 전북의 선택

 

21세기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부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예견한 바였지만, 그 시기와 속도 면에서 훨씬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의 장래와 관련해 최대의 변수가 중국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으며, 중국의 거대 흡입력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경제대국을 구가하던 일본이 잃어버린 지난 10년 때문에 자존심을 구기고,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 질주하던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만불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과 시기를 같이 하여 더욱 대조적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경제는 13억의 인구 토대와 양질의 값싼 노동력, 최신예 설비를 도입한 산업기반을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주도형 발전전략을 채택하며, 가히 글로벌경제의 총아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에 넘치고 있는 기술과 자금을 중국의 방대한 시장과 염가?양질의 노동력이 자석처럼 흡인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도약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일본을 보더라도 소비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일본기업의 중국 전용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다. 일본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의 인건비가 일본의 20분의 1 정도라니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싶다.

 

한편 일본 이외 동아시아에의 타격은 더욱 크다. '세계의 PC공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던 대만은 PC나 반도체 등 생산기능을 주강 과 장강델타로 대거 이관하고, 자신은 서비스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한다. 싱가폴 역시 중국내 공업단지개발이나 항만개발 등 사업기회 모색에 열중이며,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던 전자산업의 다국적기업들도 향후 중국으로 이동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저비용의 노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여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그 기반을 잇달아 중국으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 최대 은행인 한 은행은 2005-2006년께 고객 상담을 전담하는 콜센터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중이라 발표했다. 국내에서 제조업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사례는 많았지만, 은행 등 서비스 업종의 콜센터까지 해외로 이전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계 소비자금융회사 G 캐피탈과 일본계 금융의 경우, 일본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 콜센터는 전체 인구의 30%가 일본어를 구사하는 중국 대련에 설치했고, 홍콩과 상하이에서 주로 영업하는 영국계 H은행도 중국 광주와 인도에 총 4,500명 규모의 고객상담처리센터를 설립, 운영중임을 생각할 때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활로를 어떻게 개척해야 할까. 결론을 서둘러 말하자면 중국의 경쟁력을 기회로 삼아, 그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흡수 효과가 가장 큰 산업 부문을 전략적으로 채택?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중?일 삼각구도의 생산?자본?기술 네트워크상에서 서비스 및 물류 거점을 선점하는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선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 특히 전북 경제를 생각해 볼 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지척에 있는 중국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하여 기회를 선점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인근 대전광역시 등이 대덕 밸리의 기술적 우위를 기초로 '환황해권 기술센터'를 꿈꾸고 있듯이, 전북의 대중국 정책을 정비하여 동북아경제시대 한?중?일 산업협력의 획기적인 장을 구축하고, 나아가 생산과 물류를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경제의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때라 생각된다.

 

/ 임해정(군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