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송두율 교수 처벌논란

 

재독(在獨) 사회학자 송두율(59) 교수에 대한 검찰의 최종 판단이 임박한 듯하다.

 

서울지검은 21일 송 교수를 소환해, 마지막 반성을 요구하고 미진한 수사 내용을 보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의 10여 차례에 걸친 조사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송 교수 사건은 그의 귀국과 함께 남남(南南) 갈등과 보수와 진보 등 우리사회의 이념논쟁을 촉발시켰다. 또한 지금도 정치권을 비롯 우리 사회는 '구속처벌'과 '포용해야 한다'로 나뉘어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이같은 이념이나 법논쟁을 떠나, 송 교수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치닫는다. '해외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애쓴 민주인사''남북문제에 관한 세계적 석학'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거물공작원''남북에 양다리를 걸친 기회주의자'라는 부정적 평가가 그것이다.

 

반면 그는 자신의 저서 '경계인의 삶'에서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좁은 수평대 위에 서 있는 체조선수에 비유하면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넓은 수평대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는 '경계인이 아니라 북쪽에 깊이 발을 담근 사람'으로 각인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일찌기 그를 '믿을 수 없는 사람''용도폐기된 인물'로 평가절하해 버렸다.

 

이 사건은 그의 37년만의 귀향만큼이나 긴 거리감을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에 해당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개발독쟁의 과정을 거쳐 빠르게 민주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냉전의 뿌리가 엄존함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먼저 실체적 진실규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사법처리 과정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북한체제와 폭압의 어둠을 겪어야 했던 남한체제, 그 어느 곳에도 둥지를 틀수 없었던 지식인의 고뇌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국의 현실로 인해 굴절되고 상처받은 한 지식인의 초상에 희망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해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