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정신과 근검절약 속에서 평생을 묵묵히 살다간 한 고아원 원장이 이 세상을 떠나며 이승에서 모은 거액의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고 훌훌 떠났다.
지난 4월 뇌출혈로 쓰러진 후 5월에 세상을 등진 고 이초순 여사(당시 79세). 이씨는 1978년부터 올해까지 25년간 고아들의 보금자리인 사회복지법인 고창행복원 원장직을 지냈다.
고인에 이어 행복원 원장직을 맡은 딸 강선자씨(고창읍 교촌리·60)와 행복원 이사장인 사위 이상우씨(62)는 23일 고창여중과 고창여고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학산학원에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고인이 평생 모은 재산인 토지 5천1백32㎡를 선뜻 내놓았다.
이날 기증한 토지는 고아원 입구에 자리잡은 고창읍 석교리 4-1번지와 5-1번지. 강씨 부부가 내놓은 토지는 최근 감정가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7억5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지 전달식은 강씨와 이씨 부부의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는 요구에 따라 학교 관계자 일부만 참여했다. 강씨 부부는 한때 '장학금 기증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이를 취소하겠다'며 생색내기에 익숙한 세인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강 원장에게 토지 기증 사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장학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번 말씀하셔서, 생전의 의지를 이루도록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짤막하게 밝혔다. 고인은 버스요금도 아끼려 왠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닐 정도로 근검절약을 몸으로 실천, 자기 자신에는 철저했다. 장학금으로 내놓은 토지는 젊은 시절 운영한 양품점 수익금으로 구입했다.
학산학원은 강 원장 부부가 기증한 토지를 매각, 장학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학산학원 관계자는 "기증 받은 토지를 조만간 팔아, 이를 기금으로 장학회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장학회 명칭은 고인의 호(號)를 따서 '仁和장학회'로 붙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