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전주시 노사대립, 기준은 시민이다

조상진 정치부장

 

요즘 전주시청이 어수선하다. 노사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것은 시청건물에 들어서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시청정문에 발을 디디면 노조조끼를 입고 서있는 1인시위자가 눈에 띤다. 또 엘리베이터 옆에는 '근조(謹弔) 전주시청'이라고 쓰인 조화(弔花) 6개가 놓여있다. 일반시민의 눈에는 이곳이 시청인지, 장례식장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처럼 스산한 풍경이 연출된 것은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시공무원노조원 30여명은 지난 15일 행정관리과장을 찾아, 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기자실에 배포한데 대해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과장의 책상유리와 의자 등 기물을 부수면서 40여분간 농성을 벌였다. 이어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10여분간 시장실을 점거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노조원 2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이 가운데 3명이 구속되었다. 이들중 1명은 구속적부심이 기각돼 아직도 영어(囹圄)의 몸이다. 노조가 지난 5월 출범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를 보는 눈은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노조의 출범 당시 다짐대로 '합리적인 선진노조'로 가는 진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볼때 썩 좋아보이질 않는다.

 

먼저 노조쪽에 고언을 드리겠다. 첫째 노조는 행동의 기준을 시장이 아닌 시민으로 삼아야 한다. 단체교섭의 대상은 시장일지라도 그 기준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새삼스럽지만 공직은 시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존재의의가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난 등으로 자살자가 속출하고,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때의 노사대립은 '그들만의 싸움'이요, '배부른 투정'으로 비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둘째 인간적인 면이다. 항상 얼굴을 맞대는 조직내에서 상사의 책상을 뒤엎는 행위는 분명히 옳지못한 일이다. 일부 흥분한 노조원의 우발적 행동으로 치부할지 몰라도 잘못을 인정하는게 도리가 이닐까 한다.

 

셋째 노조가 일을 너무 서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무원노조는 '불법단체'는 아니더라도 '법외노조'로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공무원노조 설립및 운영 등에 관한 특별법'을 확정했지만 국회통과까지는 아직 많은 산이 남아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노조명칭이라든지 상급단체 가입허용 등에 반대하고 있고, 법내용도 단체교섭권 일부와 단체행동권은 아예 배제된 상태다.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경우 희생자만 속출할 것이다. 나아가 법외노조가 전주시에 노조설립을 신고해 올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를 처리하는 공무원은 이를 접수할 것인가. 만일 접수하지 않는다면 노조는 논리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

 

다음은 시장에 대한 쓴소리다. 첫째 이번 사태는 시장의 리더십 부재에 기인한다. 시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시장이 져야 한다. 김완주 시장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맡는등 밖에서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지 몰라도 집안을 이끄는데는 실패했다. 가정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화려한 외치가 무슨 소용인가. 둘째 시장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비록 법외노조라 하더라도 시청직원의 90% 이상이 가입돼 있는게 현실이다. 이들 노조원들은 시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손발들이다.

 

셋째 시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노조의 행위가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이들을 고발한 입장에서 해지(解之)해야 한다.

 

사실 이번 사태는 우발적으로 촉발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초단체장 대표와 전국공무원노조 대표끼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명분과 그동안 쌓인 감정 자존심 등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일은 초심에서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사 양측이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먼저 시장은 구속중인 노조간부의 석방을 위해 재판부를 방문하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노조 또한 조화 등을 거두고 시청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테이블에 앉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