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外界人 세상?

 

100억원이 든 쇼핑백들이 약 1.2m높이로 쌓여 있고 다른 공간에는 1만원권 현금다발이, 그리고 가로 3m, 세로5m, 높이 1.2m 공간에는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가 4단으로 쌓여 있다면 얼마나쯤 될까?

 

검찰에서 모 당 간부가 진술한 재정위원장실의 수백억원대의 현금 풍경이 이렇단다. 이런 현금이 당원들의 당비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돈이 당원들에게서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당원이라는 소속감은 약으로 쓰려고 해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당의 재정위원장실에 있는 돈 중에는 요즈음 정계를 강타한 SK 불법정치자금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요즈음의 정계 분위기 덕분에 정치는 서민들에게서 다시 한 걸음 뒤로 떨어진 느낌이다. 어느 인사가 정치인들을 외계인이라고 경원시하는 표현을 써서 세간에 희자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노동자는 분신과 투신을 번갈아 하고 있는 마당에 그 사용들에게서 돈을 뜯어서 정치란 것을 하고 싶어하는 그들을 보면 분명 외계인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10월 29일 부동안 대책이란 것이 나왔다. 그 대책의 핵심을 살펴 보니 IMF 시절 상류계층에서 건배 구호로 사용되었다던 ‘이대로’그 자체이다. 일 년에 수억이상 올라가는 집값을 현상태 그대로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팀의 생각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대책은 사회주의적이라고 하는 부총리의 발언으로, 좀더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했던 서민들은 졸지에 빨갱이로 몰릴 판이다. 서민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정부 관리들 역시 외계인 측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하기는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강남 둥지라고 하니 이들의 눈에 서민들의 아픔은 하찮은 고뿔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실망감 속에서 한 가지 희망을 본다. 30일 치러진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에서 지역구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지역주의가 모든 일의 선봉에 서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내년 총선을 통해서 지역구도가 깨지고 검은 돈이 정치를 좌우하는 풍토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