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은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기념관을 도서관으로 바꿔 서울 상암동에 짓자는 논의도 결론을 못내린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박정희에 대한 평가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비록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우리가 이만큼 살게 만든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떠 받은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그를 민주주의 압살과 유신독재, 인권탄압의 주역으로 폄하한다. 국민의 정부때 기념관 건립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려다가 좌절된것도 이런 반대여론 때문이었다.
난데없이 박정희 기념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른데 있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정서와 지난 3일 개관한 ‘김대중(金大中) 도서관’을 보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최규화(崔圭貨)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등 다섯분의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 작고한 이승만(李承晩) 윤보선(尹潽善) 박정희 전 대통령들까지 합치면 건국이래 전직 대통령은 모두 8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중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나라의 원로로서 흠모, 또는 존경받는 인물이 몇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나름대로의 영욕이 교차하지만 대체로 평가는 급제점을 넘지 못한다고 보는것이 옳을것 같다. 독재·무능·폭압·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전직 대통령들의 이미지는 국민적 불운이다. 아직까지 그들 중 누구의 기념물 하나 번듯하게 세워지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지금 당장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의 재임중 공과(功過)에 대한평가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후세 사가(史家)들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그의 이름이 들어가는 기념 도서관이 건립된것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일이다. 우리도 비로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예우,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마련한 것이다.
김대중도서관에는 그가 소장해온 1만6천여권의 장서는 물론 국민의 정부 관련 사료와 여러 기념물등이 전시된다고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연구하는 국제적인 연구기관도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학계 원로들과 담소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다. 김 전대통령은 지적(知的) 허영심(?) 못지않게 그런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기도 하는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