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다시 생각하는 균형발전의 문제

이경재 편집국장

 

지난 10일엔 경기지역 도의원들이 정부의 수도권 역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삭발까지 하는 생소한 광경이 있었다. 그들은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수도권 완화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지방의원과 1천만 경기도민이 힘을 모아 총력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30년간 수도권지역 주민들이 각종 규제로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당했는데 정부가 이제와서 다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어 규제하려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수도권내 대기업 신.증설허용 △공장총량제폐지 △첨단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투자 허용 △수도권을 역차별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개정 즉각 중지를 요구했다.

 

경기지역의 '조직적 반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마당이고, 지난 9일엔 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이 물타기의 일환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을 없앤 '대체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엄포로 보기엔 심상치 않은 '조직적 반란'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의 46.6%가 몰려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47.1%, 대기업 본사는 80%, 고용 47%, 연구개발기관 67%, 매출액의 9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런 과밀구조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지방은 빈 껍데기만 남아 비효율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전국을 균형있게 발전시킴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가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가 돼 왔고 참여정부 들어 핵심정책의 하나로 부상해 있다.

 

과거엔 지방발전정책보다는 수도권집중 억제 등 소극적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국가균형발전의 문제가 갈팡질팡해 왔다. 3.4공화국 때에는 '대도시인구집중방지책', 5공 때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 6공 때에는 '지역균형개발기획단' 설치, 문민정부 때에는 '수도권공장총량제 및 과밀부담금제' 도입, 국민의 정부에서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수도권입지규제 완화시책 등이 그것들인데 정권에 따라 규제와 완화를 되풀이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는 수도권집중을 가속화시키고 지방을 빈사상태로 몰고 간 것으로 나타나곤 했다. 체계적 제도적 기반이 없이 단편적 분산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제정한 게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인데 수도권지역 정치인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지역 정치인들의 논리대로라면 수도권집중과 지역간 불균형문제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과거 역대 왕조 이래 수도권에 집중된 오랜 역사성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향유하겠다는 지독한 이기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에 도읍을 정한 조선시대에도 중앙집권적 정치경제구조로 기반시설이 수도권중심으로 이뤄졌고, 일제시대에는 대륙침략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로 철도 항만 등 기반시설이 경부축으로 건설됐다. 해방후 6.25전쟁은 실향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60년대에는 고도경제성장의 지렛대인 공업화과정에서 기존의 사회간접자본이 수도권 위주로 집중투자된 게 수도권 정책의 역사다. 국민의 세금으로 비효율의 역기능만 잔뜩 양산한 결과를 우리는 보고 있다.

 

지방의 자생력 강화 상생의 길

 

이런 실정에서 지역간 불균형, 특히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를 언제까지 방치하라는 발상인지 경기지역 정치인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각 지역이 스스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수도권을 역차별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수도권은 지금 비만과 동맥경화에 걸려있다. 지방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이 수도권과 지방간 상생의 길이자 수도권의 중병을 치유하는 첩경이란 사실을 왜 간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