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취업 갈등

 

중앙 메이저신문인 동아일보가 대졸사업 취업전선에서 지뱅다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취업을 준비중인 연세대 4학년생과 올해 전북대 졸업생을 섭외해 대기업 계열사 8곳에 입사원서를 넣게 하고 결과를 지켜본 것이다. 취업체험에 참가한 두 학생은 대학만 다를 뿐 전공이 같고 학점 평균과 토익성적이 모두 비슷했다. 대학입시때 수능성적 또한 엇비슷했으며, 군 경력도 두 사람 다 육군 병장 출신으로 똑같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연세대생은 한자능력 3급 자격증이 있고, 전북대 졸업생은 독일어와 일본어가 가능하다는 차이만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형편없이 달랐다. 연세대생은 5개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아 62.5%의 높은 통과율을 보인 반면, 전북대 졸업생은 8개사 모두 서류전형 통과에 실패해 본격적으로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그도안 지방대 졸업생들이 줄기차게 하소연해 온 기업들의 '지방대학 푸대접'이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

 

한데 석달 가뭄에 한줄기 소나기 만큼이나 시원한 소식이 취업전선을 헤매다 지친 지방대 출신자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광주와 대전·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 연고를 둔 중견기업들이 최근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을 기피하는 '역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38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대전 계룡건설은 86.8%인 33명을 지방대 출신자로 채용했으며, 부산의 주류생산업체인 대선주조와 유가공업체인 (주)비락도 각각 12명과 35명의 신입사원 전체를 영남권 대학 출신자로 뽑았다. 또 광주의 대형 건설업체들도 대부분 광주·전남권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서울의 지방 차별, 지방의 서울 역차별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서울과 지방이 취업 갈등을 빚고, 또 취업 때문에 많은 구직자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두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질 것이다. 더 늦기전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말로만 '열린 인재등용'을 외치는 기업들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대학을 어디서 다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사람은 절대 참된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