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강력 반발하고 유리하면 가만히 있기.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러한 풍조가 최근 공공금고 선정과정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제1라운드는 연 6천억원 규모의 전주시 금고. 전주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하던 시금고를 30년만에 처음으로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 지난 13일 단독 응찰한 전북은행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 "금고 선정 기준과 평가 항목이 특정 금융기관에 유리하다”면서 "행자부의 자치단체 금고선정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에 관한 시행규칙을 적용하고 전주시 조례에 명시된 금융기관 신용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주시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급기야 농협은 지난달 21일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시금고 선정 제안서 제출을 포기, 빈축을 샀다.
제2라운드는 연 1조5천억원 규모의 도 교육금고. 지난달 16일 도교육청이 공모한 교육금고는 19일 농협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
이 가운데 전북은행은 교육금고 선정기준에서 "외부신용평가 항목에 대한 부분은 재고돼야 하고 채점방식이 공정·투명해야 하며 심의위원회 운영방식이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교육청에 건의했다.
전북은행 역시 농협과 마찬가지로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을 문제삼으며 배점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1백점 만점에서 농협에 10점 이상 차이나 교육금고 선정에 실패하는 결과를 맛봤다.
결국 최근 선정된 2개의 공공금고에서 전북은행과 농협은 1승 1패씩을 주고 받았다.
다음달에는 이들 금융기관은 무주군 금고를 놓고 한판 승부가 예정돼 있다. 작년말 치열한 경쟁을 벌여 혼란을 빚었던 무주군 금고는 현재 일반회계를 농협이, 특별회계를 전북은행이 맡고 있는 상태다.
무주군 금고 선정에서는 이들 금융기관이 불리하면 반발하는 이전투구 양상을 빚지 말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공금고를 맡아 발생하는 직접적인 이익보다 오히려 더 많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