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2003학년도 전문대학 학과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와 음악·사회복지·환경화학·농업등의 분야에서 실시된 이번 평가에서 도내 전문대학들은 이렇다 할 성적표를 내놓지 못했다.
각 전문대가 자체 역량을 교육여건 개선보다 신입생 모집에 집중시킨 탓이다.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위해 해외유학박람회에 참여하는 대학도 있다.
우선 결원을 최대한 줄이는 게 당면 목표이다 보니 대학의 모든 촉각이 학생모집에 집중돼 교육의 내실화와 전문화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신입생 모집난이 교육부실로 이어지고 다시 대규모 결원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 셈이다.
최근 신입생 모집에 나선 도내 각 전문대학을 꼼꼼이 들여다보면 도무지 색깔이 없다. 개설해 놓은 학과도 명칭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어느 한 대학에서 학생모집이 잘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똑같은 학과를 신설, 모집 경쟁을 벌인 결과다. 특성화된 학과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는 학과들만 속속 신설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해마다 6∼7개의 학과를 어김없이 새로 만들어내는 전문대학도 있다.
2004학년도에도 도내 각 전문대가 4∼7개씩의 학과를 새로 개설해 놓았다. 그런데 신설학과 전임교수 초빙 공고는 어느 대학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로 강의를 맡게하고 신입생지원 현황을 살펴본 뒤에 교육환경을 갖추겠다는 속셈이다.
이제 대학이 나서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 전문화·특성화를 통해 대학전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4년제대학도 마찬가지지만 지방 전문대학이 더 급해보인다.
중견 직업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눈앞의 어려움에 의연하게 대처, 근본적 위기타개 정책을 요구한다며 사활의 갈림길에 선 전문대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