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 일간신문의 '시사만평'이 재미있다. '대한민국 2대재발 망신'이란 제목이 붙은 이 만평에서 'LG그룹 구본무회장이 레스토랑에서 LG카드로 결재하려다가 거절당하고 있다. '카드 도로 넣으시고 현찰줘유'-카운터에 앉은 계산원의 이 한마디가 LG카드의 현재 위기를 시니컬하게 묘사하고 있다.
'플라스틱 머니'라고도 불리우는 신용카드는 그야말로 신용이 생명이다. 그런데 LG카드사가 자본금 위기로 신용이 말이 아니게됐다.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자 지난 주말부터 한 때 현금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였다. 재경부까지 거들고 나서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다지만 한 번 금이 간 신용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일듯 싶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다른 신용카드회사로까지 연쇄적으로 미칠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LG카드 사태이후 우리카드가 신용등급이 낮은 회원의 현금 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는등 카드사들의 한도축소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에게 한도축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당장 여러장의 카드를 갖고 '돌려막기'를 하던 회원들이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미 카드 신용불량자가 3백50만명을 넘는다는게 금융당국의 집계다. 변제 능력이 없는 회원들의 구제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그 정도다. 그러니 요즘처럼 '카드사 위기'니 '현금 서비스 중단'이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뜨끔 뜨끔할 가난한 회원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아예 '돌려막기'조차 봉쇄되면 이판사판이니 '내 배 째라'고 드러누울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물론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카드사의 돈놀이에 '우선 쓰고 보자'고 덤벼 든 회원들의 무절제가 첫번째 원인이다. 이를 부추긴 카드사의 책임 또한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숨통을 터주고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경제에 다소 주름이 간다 하더라도 가난한 카드 회원들을 너무 옥죄는 방법으로 현재의 카드사 위기를 해결하러 들지는 말았으면 한다. 오죽하면 연 30%가 넘는 폭리인줄 안면서도 카드 이용에 매달리는 회원들이 그렇게 많을까. 미래학자 앨빈 토풀러가 이런 말을 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폐대신 플라스틱 머니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