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등장하는 장군 중의 한 사림인 조운은 호가 자룡이다. 우리들에게는 조자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수이기도 하다. 조자룡은 원래 공손찬의 수하에 있었는데 원소에게 망한 다음에 유비의 수하에 들게 되었다.
조자룡과 관련된 속담으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장판교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조자룡은 주군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출하려고 단기필마로 조조의 대군 속을 헤집고 다녔는데 이런 행위에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라는 표현이 유래된 듯하다. 물론 일부는 삼국지를 각색한 민간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적절한 속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설화에서는 조자룡이 자기 분수를 모르는 인물로 그려져 있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는 조자룡과 다르므로 여기에 근거한 속담은 오해의 소지가 많고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 유래야 어찌 되었든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표현은 일을 처리하는 모양새가 아주 수월하거나 남용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예전에 사용되었던 '조자룡 헌 칼'사례로 '정당이 조자룡 헌 칼 쓰듯 색깔 공세에 나서고 있다'거나 '파병은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미국처럼 힘센 나라가 ㅈ자룡 헌 칼 쓰듯이 쉽게 꺼내 쓰는 카드'라는 등의 표현을 보면 이런 표현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이런 표현을 조금더 자세히 살펴 보면 조자룡은 어떤 절대 권력 등을 표현하기 위한 관념에 해당한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 정당이나 국가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리고 헌 칼은 이들 정당이나 국가 등이 휘두르는 도구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색깔 공세나 파병 등의 사안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두 관념은 대조적이어서 주체와 그 도구나 행위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안에 '조자룡의 헌 칼'이 사용된다.
요즈음의 정국을 보면서 이 '조자룡의 헌 칼'이 생각난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특검 연장에 대한 논란에 이어 또다시 특검대문에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검에 관한(異見)을 민주적 절차인 대화와 타협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략적인 예단(豫斷)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소수 정당의 수장(首長)이 의사표현의 수단이 없어서 항변하는 방편으로 등원(登院)을 거부한다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원내 다수당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좀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