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수건이 한점 흐트러짐 없이 고운 선을 그린다. 길게 풀어내는 흰 수건 끝에 한국인의 한과 시름도 털어져나간다.
깊이 가라앉은 호흡의 춤사위와 엇가락을 타는 멋이 일품인 호남살풀이춤이 '우리 춤의 숨결' 열여섯번째 무대에 오른다. 6일과 7일 오후 7시 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열리는 '기나긴 수건 한 자락에 삶을 실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 최선씨(67)와 이수자 김미선(37)·김안윤(30)·최지원(28) 그리고 고상윤씨(27)가 출연한다.
민간신앙 굿의 절차에 포함돼 보존된 춤 '신의 계시(대감놀이)'독무를 선보이는 최선씨는 전통의 의미를 부합시켜 격렬한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절대자에게 지배받는 인간의 삶과 숙명을 무당들의 춤에 담아 재연한다.
김미선씨는 조선 백자에 비유되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춘다. 15박의 느린 푸살장단으로 시작, 자진모리로 끝을 맺는 고도의 절제미와 여백미가 돋보이는 작품.
한·흥·멋·태를 고루 갖추고 섬세한 몸놀림이 애절한 '김수악류 진주 교방굿거리 춤(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은 고상윤씨가, 장고를 메고 요염한 자태의 흥과 멋을 풍기는 '장고춤'은 최지원씨가 독무로 표현한다.
그 밖에도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연가', 정·중·동의 미학을 간직한 '호남살품이춤'이 공연된다. 최선씨의 농익은 몸짓과 고운 자태가 젊은 춤꾼들과 어우러지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