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제4대 국가두마(하원) 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이 7일(이하 현지 시간) 전국 9만4천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투표는 오전 8시 부터 오후 8시 까지 12시간 동안 진행되며, 극동 캄차트카 지방에서 시작해 시간대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하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극동 지방과 최서단 지역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 사이에는 11시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될 국가두마 의원 수는 모두 450명이며, 225명은 지역구에서 뽑고 나머지 비례대표 225명은 전체 유효 투표의 5% 이상을 얻은 정당들에 특표율에 따라 차등 배분된다.
공식 선거 결과는 오는 19일 발표 예정이지만, 각 후보들의 당락과 정당별 판세는 8일 오후 2-3시께면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전체 유권자 수는 모두 1억900만명 가량으로, 옛 소련 공화국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흩어져 살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도 참여한다. 기차 여행 등 장기 여행중에 있는 유권자들은 주요 역에 설치된 임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승선중인 우주인 알렉산드르 칼레리는 대리인을 통해 투표할 계획이다.
투표율은 국민들 사이의 광범위한 정치 무관심 현상으로 1999년 3대 국가두마 선거때의 63% 보다 5-8%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정당별 판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 단합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공산당과 자유민주당(LDPR)이 각각 2,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러시아 단합당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인데, 크렘린측은 강력한 개혁 정책 지속과 헌법 개정 추진을 위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길 희망하고 있다.
전체 의석 3분의 2 이상의 거대 여당이 탄생할 경우 이제 50세인 푸틴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 3기 집권의 길을 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헌법 아래서 대통령은 2기 까지만 연임할 수 있다.
러시아 단합당에 맞서는 거대 야당인 공산당이 얼마나 선전하느냐도 관심거리이다. 공산당은 지난 2, 3대 총선에서 모두 제1당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지지도가 다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친(親) 서방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또다른 야당들인 야블로코당과 우파연합(SPS)은 비례대표 의원 확보에 필요한 마지노선인 5% 이상 지지율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각 후보들의 개인적 능력으로 지역구에서 적지 않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투표장에 배치될 각 정당과 후보, 공공 기구별 참관인 수는 모두 8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또 전세계 48개국과 105개 국제기구에서 모두 1천200명의 참관인단이 파견됐다.
사법 당국은 투표의 원활한 진행과 안전 확보를 위해 전국 투표장과 주요 공공시설들에 대한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지난 5일 체첸과 인접한 서남부 스타브로폴주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 테러로 모두 41명이 숨지고 200명이 부상한 것에서 보듯, 선거를 틈탄 또다른 테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