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군산항에 한 소동이 벌어졌다. 몇 일이 지난 지금도 당시 상황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겉은 뜨거운 물처럼 조용한 듯 하지만 속내는 요동을 치는 격이다. 새로운 부두 건설을 앞두고 조만간 결정될 그 운영방안이 화주나 선사, 하역업체 등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군산상공회의소가 군산해양수산청에 부두와 관련된 건의문을 보냈으나 약 1주일만에 ?없던 것으로 해달라?며 부랴부랴 철회를 요구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물론 군산해양수산청은 접수된 공문은 되돌려주지 않고 ?건의 내용을 참고하겠다?는 짤막한 회신을 보낸 상태이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민들은 이곳 상공회의소의 부두에 대한 입장과 일관성 없이 허둥대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군산항 6부두(63, 64 선석)에 대한 시설을 내년 5월 준공한데 이어 그 1년 후까지 배후부지 등 부두 공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지금보다 두배 이상인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국제항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 부두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통해 운영을 맡길 방침이지만 부두 성격이 과제로 남아 있다. 당초 연내에 매듭지을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길 듯하다. 다만 그동안 설명회 등에서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군산시청 또한 직접 참여의사까지 밝히면서 이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항만의 장기 발전과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위한 요건 충족사항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군산상공회의소가 최근 군산해양수산청에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운영할 때 군산항은 향후 5년간 최고 8~10만 TEU(20피트 기준)가 예상되어 1개 선석을 놀리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며 일반화물을 함께 취급하는 다목적 멀티부두로 운영해 달라고 건의문을 보낸 것. 지난해 3월 군산을 비롯 전주 익산 정읍 등 도내 4개 상공회의소가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개발해달라고 해양수산부와 여야의 정당 및 도지부장 등에게 건의문을 보낸지 1년여만이다. 전북지역에는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없어 도내 무역업체들이 부산이나 광양항을 이용해야 하는 등 많은 물류부담을 안고 있어 군산항의 전용부두 개발을 시급한 현안으로 주장했었다.
지역상공인과 기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충실히 챙겨온 상공회의소가 이번 일로 어렵게 확보한 사업 추진에 혼선과 방침 선회에 따른 의문마저 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물량이 달리지만 군산자유무역지역 및 군장국가산업단지의 조성, 컨테이너 물동량의 증가추이 등 장기적인 시황을 따져 전용부두 운영에 참여하겠다며 경쟁구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부두운영방식과 운영회사 선정은 해양수산부가 선정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결코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정부측의 공청회와 전문가 및 업체, 시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 그 추진과정에는 시민과 지역경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군산은 개항 1백년을 넘기면서 항만조건의 악화 등으로 난국을 맞고 있다. 삶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처지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웬만큼 돈이 손에 들어오면 지역을 떠나가겠다는 호소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내항은 내항대로 토사가 쌓이면서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유흥가의 잇따른 대형화재 참사로 실질적인 자금 순환이 사실상 끊겨진 상태다. 군장국가산업단지 군산지구 482만평이 올해들어 매립이 완료됐으나 부지 가동은 한곳에 머물고 있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사전에 각각의 의견과 입장을 조율해서 총체적인 행로를 찾아야 한다. 이제 군산은 또 한번 에너지가 항만에 모아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