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문화는 '소리'로 상징된다. 판소리의 고장에서 연유되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 판소리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무형유산의 걸작으로 선정됨에 따라 소리의 상징성은 더욱 커졌다. 그에 앞서 소리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보면 전라북도의 문화예술을 대외적으로 상징하기 위해 구축된 두 가지 유?무형의 자산이 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그것이다. 출발 당시의 이유가 어쨌든 이 두 가지 자산은 그래도 외부에서 전라북도의 문화예술하면 떠올리는 두 가지 상징이다. 그 상징성이란 바로 문화의 상대적 경쟁력을 의미한다.
문화 자산이 전북의 경쟁력
전라북도는 농업기반에 중심을 두고 있어 여러 가지로 사회경제구조가 취약하다. 다시 말하면, 경쟁력이 미흡하다. 이것이 전북의 약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구규모가 적고 산업력이 약하다 보니 시장성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경제력을 만회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북이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삶의 여유와 태생적 문화환경이다. 한국 근대문화의 발원지요, 삶의 정서를 소담하게 특유의 가락으로 뽑아낸 판소리의 본향이다. 유유자적의 삶을 즐기는 먹거리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주를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전북만의 여건은 문화예술의 고장이라는 것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나아가 문화관광이 전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핵심가치라 생각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북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찾아보면 산업화가 덜 되고 경제기반이 미흡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특장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북의 '울타리'를 뛰어 넘는 시각과 객관적 접근의 포용성이다. 자기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야 볼 수 있듯이 전북의 모습을 거울이라는 객관성을 통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의 시각으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서로를 판단하는 것은 '좌정관천(坐井觀天)'일 수밖에 없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한국의 두 번째라는 상징성을 갖지만 지역의 공연예술 시장이나 운영재원 면에서는 가장 취약하다. 다른 분야의 경제적 취약성이 문화예술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연예술기반의 미흡은 전북과 이웃한 대전과 광주와 잘 비견된다. 공연예술의 시장이 상대적으로 낫든 운영예산이 충분하든 간에 예를 들어 세계적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 두 지역에 무리 없이 초청되는 것에서도 잘 대비된다.
'소리'문화 전략의 구축 필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의 또 다른 문화 상징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해 그저 전북내의 축제로 위축되지 않나 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초창기의 '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막대한 재원으로 시작된 소리의 축제가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지역 내에서 갑론을박으로 궤도를 잡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분명한 것이 있다. 이웃 광주가 21세기 문화수도로 선정되었다. 그 일환으로 10년 내에는 정부에서 광주에 대규모 아시아공연예술센터를 건립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광주의 문화적 비상이 예견된다. 이웃 대전은 행정수도 이전의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된다. 이는 그 지역 문화예술의 기반도 확충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10년 후의 전북 문화예술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이 물음에 대해 우리는 큰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안에 전북 문화예술의 상징인 '소리'의 위상을 확고히 정착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분권의 시대에 전북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더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우선 동일 권역에 있는 다른 지역의 미래 문화 위상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서 전북을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대표적 소리문화 중심으로서의 정체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제는 전북의 소리 구축을 위해 거시적인 전략과 미시적인 전술을 구사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인권(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