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기부와 아름다운 세상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마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연일 울리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난 12월 1일부터 62일간 진행하는 이웃돕기 캠페인의 ‘사랑의 체감 온도탑’의 온도가 30도를 향해 올라가고 있으며 ‘사랑의 열병’은 계속되고 있다. 이웃을 돕기 위한 목적이든 나눔을 위한 활동이든 연말연시가 기부활동의 정점에 이른다.

 

기부란 타인에게 대가없이 무상으로 지출하는 재산증여를 말한다. 또한 개인이나 기업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아래 각종의 사회의 문제해결과 복지증진을 위해 자산(서비스, 현금, 현물 등)을 활용,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총칭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조직된 향약이나 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고대 사회로부터 민간 구휼 전통이 존재했다. 기부문화가 폭넓게 정착된 미국은 2000년 전가구의 86%가 자선적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가계소득의 3.1%를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전가구의 52.3%가 참여하고 가계소득의 0.7%를 기부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부럽고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1%나눔운동 켐페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기부를 할 때 이웃에 대한 동정심, 기부자의 사회적인 체면, 기부에 대한 직?간적적인 보상-세금감면- 등 다양한 동기가 있다. 대체로 기부활동이 일상화 되어있지 않은 조건에서는 이런 종류의 동기에 따른 기부행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정심과 체면, 특정한 보상 때문에 이루어지는 기부활동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며 우리가 이루고 있는 사회를 좀 더 정신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 기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정부에 세금만 내면 공공적인 욕구를 정부가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관료적 행태와 공공의 목적을 위한 서비스나 사업이 현실과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며 민간 스스로 사회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필요한 노력을 해왔다. 정부가 기피하거나 할 수 없는 것을 비영리기구(NPO), 비정부기구(NGO)들이 자발적이고 독립적 판단에 따라 수행한 것이다. 비영리?비정부 기구는 정부나 기업의 문제에 대해 견제하고 비판하며 자체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단체들은 독립적으로 자체 고유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며 회비, 후원금, 자원봉사를 통해 충당하고 있지만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재정자립이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다. 단체마다 고유하고 특별한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기부문화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기부문화를 정착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시민운동과 민간공익활동을 뒷받침하고 촉진하는 근간을 이룬다고 하겠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한국사회의 시민사회 활성화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법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 또는 사회 일반의 이익을 위한 민간공익활동이 보다 촉진될 수 있도록 민간공익활동을 수행하는 단체의 법인격 취득,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 재정지원절차 등에 관해 규정한 ‘민간공익활동촉진법’을 제정하고 있다. 또한 공익성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기부자에 세법상 손비(필요경비)인정 또는 소득공제를 인정해주어 기부문화를 정착하려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마련과 정비를 통해 기부문화를 정착하고 비영리, 비정부 기구가 활성화된다면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구성원이 보다 평등하고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7월 볼런티어21에서 ‘한국인의 자원봉사 및 기부현황’ 조사자료에 의하면 기부활동에 있어 어린 시절의 경험이 기부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린 시절 자원봉사, 종교활동, 청소년 단체생활 등이 성인이 된 이후에 기부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기부활동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권장하고 자원활동과 자선활동을 민주시민의 사회적 덕목으로 여기는 교육과 홍보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계획을 세울 때 1% 자선기부와 공익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가입하거나 후원하는 것을 계획하면 2004년 우리 사회는 서로가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염경형(전주시민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