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여성 인물사] 김영신·허미숙

 

언론계는 아직도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힌다.

 

이러한 남성편향적인 언론집단에서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활동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물며 신문 방송 잡지 등 언론 종류도 극소수인데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여성 수조차 극소수였던 과거에는 여성 언론인의 역할이 지금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북 출신 여성 언론인 가운데 김영신은 기자로서 주목받았으며, 한국방송사상 첫 여성 보도제작국장인 허미숙은 현재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정기를 받아 홍은희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유진·김은정 전북일보 부장, 신부자·윤승희 전주MBC PD, 김사은 원음방송 PD, 임혜선 KBS PD, 조수진 국민일보 정치부기자(2001년도 최은희 여기자상 수상), 이숙이 시사저널 정치부기자, 송현정 KBS 정치부기자 등 전북출신 여성 언론인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북 출신 대원로 언론인

 

김영신(1943년∼ )은 여기자가 드물었던 시절인 65년 조선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다.

 

전북 출신 여성 언론인으로서는 대원로인 셈.

 

80년대 중반 이후 환경에 관심을 가져 유럽 등지에서 환경 관련 취재를 해왔던 김영신은 89년 생활부장 당시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을 때 환경 차원에서 산성 눈 등 피해를 분석했던 기사로 90년 최은희 여기자상을 받았다.

 

김제 출생으로 김기옥 변호사(작고)가 부친. 전주여중에서 군산여중으로 전학갔으며 고대 법대를 졸업했다.

 

조선일보에서 75년 합동통신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80년 언론통폐합으로 연합통신 기자가 된 뒤로 연합통신에서 생활부장 문화부장 등을 거쳐 편집부국장 그리고 논설위원 출판국장을 지낸 뒤 2001년 3월 정년 퇴직함으로써 펜을 놓았다.

 

94년 한국여기자클럽 회장을 지내고 98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던 김영신은 성차별개선위원회 위원,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심의회 위원 등을 지내기도 했다. 2001년 세종대 겸임교수와 경원대 겸임교수(현)로 학교 강단에 섰으며 2002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방송사상 첫 여성 편성제작국장

 

허미숙(1952년∼ )은 국민의 정부 시대 7월말 한국방송사상 첫 여성 편성제작국장이 됐다.

 

김제 출신으로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친 이모이기도 한 그는 75년 대학 재학 중 CBS PD로 입사해서 전북에서 오랫동안 방송생활을 해오다 중앙편성국 제작1부장, 편성부장을 거쳤으며 약 8년간 광주 전북 경남 등 지역방송본부에서 보도국장을 지내고 광주 CBS 편성제작국장에 CBS편성제작국장까지 30년 넘게 CBS의 길을 걷고 있다.

 

허미숙은 언론 통폐합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통폐합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CBS였지만 87년 6월 항쟁 여파를 몰아 7월15일 뉴스 부활을 촉구하는 5시간 생방송을 불법적으로 내보냈던 것. 그는 이때 마지막 3부의 연출을 맡아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80년 이후 시사프로를 제작하며 보도감각을 익혀온 그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돼 그해 9월 결국 CBS 뉴스는 부활하게 됐다.

 

또 93년에는 독립문에서 판문점까지 인간띠 장관을 이뤄 화제를 부른 광복절 특집 인간띠 잇기 5시간 생방송 '민족과 함께 통일로'를 연출, 94년 한국방송프로듀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0년 전북 보도제작국장으로 있을 때 권호경 CBS 전 사장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과 지방 전출 등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 개인적으로는 경남방송 설립본부로 자리를 옮겨 개국에 이어 경남방송 보도국을 본궤도에 올리는 역량과 뚝심을 발휘했고, 다시 전남방송 설립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년여만에 지난 6월 개국까지 하는 지역방송 2곳을 탄생시키는 산모역을 해낸 셈이다.

 

지난 2001년에는 그의 개혁성과 소신을 높이 산 노동조합에 의해 편성국장 후보로 복수 추천되기도 했다. 2003년 CBS가 노사갈등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면서 노조는 그를 찾았고 지난 4월21일 편성국장으로 복귀함으로써 지상파 3사를 포함, 국내 방송사상 첫 여성 편성제작국장으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