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기밀수 경로 입증 서류 발견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촌이 이끄는 시리아의 한 무역회사가 2002-2003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무기 및 군사장비 밀수를 도와줬음을 보여주는 문서들이 이라크에서 발견됐다고 미국 서부 최대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계약서와 선적화물 송장, 수출서류, 은행계좌등이 포함된 800여쪽 분량의 이 서류 파일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탐사기자인 크리스토프 로이터가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후 이라크 최대의 군수물자 조달기업인 `알 바샤르'상사의 바그다드 사무실에서 발견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제공한 것으로 영문번역 및 10여개국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등을 통한 3개월간의 검토및 확인과정을 걸쳤다.

 

타임스는 이 서류를 통해 이른바 불량국가들인 시리아, 북한과 후세인 정권 사이의 무기밀수 경로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기록들에 따르면 시리아의 무역회사 `SES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이라크 전쟁 개전 직전까지 탄도미사일, 방공미사일등과 같은 각종 무기및 부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10여개 국가를 필사적으로 모색하던 이라크 군부에 수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및 군사장비를 조달키로 하는 계약 50여건을 알 바샤르와 체결했다.

 

1천여개의 중화기및 최대 2천만발의 공격용 탄알 공급계약은 성공적으로 이뤄져 이라크군의 위력은 개전전과 비교해 강화됐으며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에는 이들 무기가 저항세력의 대미 공격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서류들에는 폴란드의 `에박스'라는 기업이 이라크에 380개의 지대공 미사일엔진등을 시리아를 통해 공급하기로 하는 4건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공급계약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선적분이 전달됐다.

 

이 서류들에 따르면 한국의 `아티텔`도 이라크 서류에 "방공용"으로 적힌 첨단 통신장비 800만 달러어치를 선적했으며 러시아의 `밀레니엄사'는 이라크 정보부에 대부분이 미국제인 800만 달러 상당의 통신장비등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아미텔의 이대영 대표는 이들 장비가 이라크로 향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라크가 전화및 인터넷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 대한 무기 및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중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케임브리지 테크놀로지'도 포함돼 있다.

 

이 서류들에 따르면 또 이라크 전쟁 개전 한달전인 지난 2월 북한 관리 2명이 다마스쿠스의 SES사무실에서 알 바샤르의 대표를 만나 이라크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부품 수입용으로 1천만 달러를 지불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 만남은 물론 10개월전의 만남을 통해 이라크 관리들이 SES를 통해 북한에 첫 지급분 190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승인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들은 지난 3월 알 바샤르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됐던 회담 보고서를 재구성한 결과 북한측은 1천만 달러 상당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 돈을 되돌려주는 것도 너무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이 보고서에 정통한 한 관리가 말했다.

 

이라크에 대한 무기공급 통로역할을 맡은 SES인터내셔널은 지난 80년 설립돼 연간매출 8천만 달러에 직원수는 5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라크의 무기조달회사 알 바샤르는 직접 외국의 브로커및 무기공급업체들과 거래할 수 있도록 후세인이 승인한 회사로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90년대 유엔의 제재조치를 어기고 연간 3천만-10억 달러 상당의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