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에너지절약, 효율향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세계 10위, 석유소비 세계 6위의 에너지소비대국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국제유가의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된다.

 

특히 지난 2003년은 연초 이라크전으로 인한 고유가사태와 종전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혼란으로 인해 유가불안이 연중 계속된 한해였다.

 

이러한 유가불안의 여파로 2003년도의 에너지수입액은 사상최대인 38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1%나 증가한 것으로, 올해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이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유가 상승이 우리의 무역수지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을 통해 주어진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 1차 석유파동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에너지절약운동을 부단히 펼쳐왔다. 또한 실제로 이러한 절약운동이 많은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증가하는 에너지사용량을 사용자의 수고에만 의존해서 줄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절약시설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기와 시스템의 효율화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를 비롯하여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 에너지절약마크제도 등의 효율관리제도를 꾸준히 시행하면서 각종 에너지사용기기의 고효율화에 힘써왔다. 또한 최근 우리의 생활공간인 건축물에 대해서도 에너지효율의 개념을 도입하여 지난 2001년부터는 아파트에도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건축물의 근본적인 에너지절약을 위해 신축건물 허가시 에너지절약계획서의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에너지의 55% 이상을 사용하는 산업체의 절약을 위해 에너지 사용설비에 대한 진단을 지난 80년대 이후 꾸준히 실시하여 산업현장의 절약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자발적협약, 에너지절약기술정보 협력사업 등 업체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에너지절약을 위한 시설투자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있으며, 고효율유도전동기와 같이 확실한 에너지절약 효과가 있는 기기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장려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 ESCO 기업과 같이 에너지절약을 통해 이윤을 얻는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기업이나 개인의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돕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으로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체나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절약이 단순히 에너지비용을 아끼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업체 에너지관리 진단 결과를 살펴보면 사업장별로 평균 10% 정도의 에너지 절약 여지가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비 회수기간도 1년 반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에너지사용에 따르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이나 국가적으로 에너지공급시설의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절감과 같은 부대적인 효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부가적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에너지절약의 경제적인 효과는 투자비에 비해 매우 크다. 더구나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2.5%가 에너지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날로 거세어질 기후변화협약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절약과 이를 위한 투자는 더더욱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 에너지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비교적 자원이 풍부하다고 하는 선진각국에서도 자원고갈에 대비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에너지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사용하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이 바로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적극 매진할 때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기술지원본부장 신백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