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는 자녀 둔 주부들 뒤처지지 않을까 고민

부모와 함께 참석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선생님 말씀에 따라 줄을 맞추고 있는 어린이들.../전북일보자료사진 전북일보 자료사진(desk@jjan.kr)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주부 김경신(35)씨는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미술학원과 피아노학원 두군데를 매일 한시간씩 보내고 있지만 혹시 입학해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주위에서 듣는 촌지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또 지금부터 학교생활 준비를 해야 학교에 적응하기 쉬울거란 생각에서 어떻게 생활지도를 해야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주부 백미영(34)씨도 아이에게 영어 학습지 하나는 시키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7세 이하의 어린이가 일주일에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무려 30시간에 이르고 사교육을 2개이상 받는 7세이하 어린이도 4명중 1명꼴'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엄마로서 염려가 앞선다.

 

김 씨는 한달에 사교육비로 14만원을, 백 씨는 5만원가량을 쓴다. 그래도 어린 연령대로 번진 사교육 열풍에 다른 학부모들이 쓰는 비용을 생각하면 양호한 편이다.

 

조기교육 열풍이 상업성과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하는 부모들의 욕심이 앞서면서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에 관계없이 뛰어놀 아이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

 

부모들은 자기만은 남들처럼 사교육에 목메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옆집 아이가 뭐뭐 잘하더라'라는 얘길 들으면 이내 휘둘리고 만다.

 

자연스럽게 글자를 깨우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배워야 할 나이에 부모들의 과잉 욕심 때문에 취학전 아이들이 시달리고 있다.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하승민 교수는 "부모들이 결과를 바라는 조급한 생각에 압력밥솥에 밥을 쪄내듯 무언가 바로 교육의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은 금물이다”고 말하고 "취학전 아동은 더하기 빼기보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생활습관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TV시청을 제한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러려면 밤 9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7시30분쯤 일어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취학전 아동들의 부모들은 유치원 담임교사와 많은 상담을 해야 한다.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에서 집단생활을 통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또래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또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보완·상담해서 학교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침식사하는 습관도 챙겨줘야 하고 입학하게 되면 담임선생님과 자주 연락해서 적응 상태를 살펴야 한다.

 

부모님들과도 서로간 정보를 교환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점검하고 준비물·과제 등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리고 처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지각·결석 안된다'는 약속 한가지를 받아둬야 한다.

 

학교가기전 방정리·혼자 옷입기·혼자서 세면·이불개는 습관·교통규칙 지키는 습관 특히 횡단보도 건너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가 학교도 미리 아이와 함께 가보고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98년 1·2월생인 아이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다른아이들에게 끌려다니거나 치일 염려때문에 부모들이 진단서를 첨부해 입학을 유예시키는 경우가 많다.

 

97년 3월생들과 한 교실에 넣을 경우 과연 경쟁이 되겠느냐는 고민들이다.

 

도내 입학 유예 아동은 2003학년도에 전체 취학대상 아동의 약 7%인 2천44명으로 최근 2년 사이에 30%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장이 심신의 발달이 늦다든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재량으로 입학 유예를 하기도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첨부 입학 유예를 요구한다.

 

전주 금암초등학교 조정식 교장은 "우리학교는 110명중 25명가량이 입학 유예를 신청했다”며 "아이들의 발달 속도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것 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고 학년을 올라가면서 적응하게 되므로 제때 보내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이 걱정하는 촌지 같은 문제는 "부모들이 막연하게 주위에서 듣는 피상적인 우려다”고 강조하고 "실제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