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지역 농특산품의 무게중심이 복분자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고창 수박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여름철 농산물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이젠 수박이 과채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고, 더욱이 연작현상이 번지면서 작황마저 바닥권을 기고 있다.
이같은 상황서 수박을 제치고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작목이 복분자이다. 복분자는 주로 주류 생산에 투입되면서 지난해 조수익이 4백억원으로 잠정 추산되면서, 수박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 시장규모를 넘보고 있다.
복분자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복분자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인 1998년 당시 고창지역 열매 생산량은 90톤 정도. 이후 1999년 1백10톤, 2000년 1백40톤, 2002년 3백20톤, 2003년엔 6백톤으로 생산량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재배면적 추이를 기초로 산출할 경우 1천3백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생산량을 복분자주 원료로 투입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금액은 무려 6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분자주가 전국 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시점은 1998년. 당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소 2천마리를 몰고 방북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복분자주를 선물로 건넸다. 이후 2000년 한국전통식품 세계화를 위한 품평회에서 복분자주가 대통령상에 선정되었고,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셈회의 25개국 정상회의에서 건배주로 채택되면서 복분자주 인기는 상한가 행진을 시작했다.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아셈 건배주라는 영예를 얻은 복분자주는 1995년부터 고창에서 생산 판매된 '선운산복분자주'. 현재 고창에는 선운산복분자주를 생산하는 '선운산특산주흥진'을 포함해 복분자주 생산공장 5곳이 제각기 다른 상표를 붙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창지역 복분자주 생산업체는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공장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이 이어지면서 복분자 열매가 익는 6월이면 물량 쟁탈전이 벌어진다.
복분자주의 주요 유통망은 국내 주요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최근엔 시장 다각화를 위해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선운산복분자의 경우 이미 일본 수출길이 개척되었고 미국과 캐나다 수출도 계약이 마무리 되었다.
복분자주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모은 이유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강장제 효과. 고창군은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 일련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 결과 고창지역서 생산된 복분자가 성기능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항산화·항헬리코박터 기작에 관여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군은 이들 연구용역을 기초로 고창복분자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특히 고창복분자주에 대한 지리적표시제가 지난해 11월 확정, 타지역과 차별화된 제품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