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꼴

엄철호 익산본부장

 

사기꾼이라면 떠오르는 이름은 당연 봉이 김선달이다.

 

그는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언행으로 닭장수한테 일부러 사기에 걸린다.

 

흔한 닭을 짐짓 봉(鳳)으로 속아 사서 나중에 관아에 고발하여 몇배의 이득을 취한다.

 

바로 역 사기를 친것이다.

 

봉이 김선달의 사기 행각은 점점 교묘해져서 정교한 그물을 치듯 복선을 깔아 욕심 많은 한양 부자에게 평양의 대동강 물을 팔아 먹는 대목은 한편의 드라마보다 더 재미가 있다.

 

익산 CC매각 씁쓸한 뒷맛

 

 

사기극의 백미라면 1973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휩쓴 미국 영화 ‘스팅’(THE Sting)을 빼놓을수 없다.

 

능글능글한 폴 뉴먼과 매력 만점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등장해 뉴욕 갱두목의 검은 돈을 후려내는 얘기다.

 

영화 제목처럼 경쾌하게 달려들어 화끈하게 쏘고 물러서는 사기꾼의 행각이 비열하기보다는 통쾌하게 느껴지는것은 그 사기 대상이 갱단의 두목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갑자기 이런 사기 얘기와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봄 전·현직 경영진간의 알력으로 시작된 일련의 익산컨트리클럽 사태가 결국 매각이라는 최후를 맞이할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안타깝고 형언할수 없는 씁쓸함과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목숨보다 더 값지게 여겨졌던 30여년 전통의 명문 골프장을 유산으로 물려 자식이 순간의 어리석음과 판단 잘못으로 찰떡같이 굳게 믿었던 사업 파트너에게 철저하게 속고 배신을 당하는 최후 종말은 한낱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봉이 김선달 얘기나 스팅 영화의 한 대목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다.

 

사업 파트너로써 한 사람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사람은 사업 파트너라는 직위를 악용하여 그동안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리사욕을 챙기고도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기막힌 현실은 너무 사회적 관용을 베푼 불공평한 괴리감마저 느끼게하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잘못된 모든 비리와 불법을 사업 파트너에게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하수인에 불과 했다는 항변은 많은 사람들에게 할 말을 잃게하고 있다.

 

그 하수인이 익산컨트리클럽을 통해 그동안 챙긴 불로소득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다.

 

그런 그가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고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며 발 뺌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교도소에서 죄 값을 톡톡히 치르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어떤 사람보다 자신만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더욱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제와서 발뺌 무슨 소용?

 

자신의 항변처럼 익산컨트리클럽을 통해 거뭐진 수십억원이 말 그대로 하수인 역할을 톡톡히 한 댓가에 불과한것인지 재차 물어보고 싶은 심정 뿐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만 벌었다”는 속담이 웃지 못할 비아냥 얘기 거리로 변질되어 익산컨트리클럽 주변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그 하수인은 분명 알아야 할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 “독을 파는 자는 간판을 화려하게 장식한다”라는 속담처럼 뻔한 구도였는데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당한 사람만 딱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