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전세보증금 4,500만원에 31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으나 곧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전셋집을 알아보던 중 甲의 27평형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4,500만원에 임차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450만을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돈이 없어 계약금 450만원을 그 다음날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집앞에 놓여 있는 광고지를 보니 乙이 31평형 아파트를 4,500만원에 전세 놓는다는 광고를 보고 甲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甲에게 450만원의 계약금을 지급하여야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있나요?
답
일반적으로 계약금 계약은 금전 기타 물건의 교부를 요하는 요물계약입니다. 계약금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증약금으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계약을 해제할 때 지불하는 해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예정인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약금이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계약금이 교부된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하여지지만, 민법은 계약금을 원칙적으로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65조 제1항), 이 경우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565조 제2항).
귀하께서 문의하신 위 사례는 계약금 계약에 관한 것으로서 귀하가 甲과 전세보증금계약을 체결하면서 450만원의 계약금 약정을 하였으나,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귀하가 계약을 해제할 경우 귀하가 甲에게 약정한 계약금을 지불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는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계약금 계약은 금전 기타 물건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는 요물계약이므로 계약금의 교부는 현실로 행하여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해 가지는 채권과의 상계에 의하여 현실의 교부에 갈음하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계약금을 현실적으로 교부하는 것과 동일한 이익을 부여하였다면 이는 계약금의 교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매수인의 사정으로 실제로는 그 다음날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형식상 매도인이 계약금을 받아서 이를 다시 매수인에게 보관한 것으로 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현금보관증을 작성?교부한 경우에도 계약금을 교부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다9251 판결, 1999. 10. 26. 선고 99다48160 판결). 왜냐하면 이러한 경우의 계약금은 계약해제권유보를 위한 해약금의 성질을 갖는다 할 것이고 당사자 사이에는 적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계약금이 현실로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의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당사자는 약정된 계약금의 배액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귀하와 甲이 전세보증금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돈이 없어 그 다음날 계약금을 지급키로 약정한 것은 계약금이 현실적으로 교부되었거나 교부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어 위 계약금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된 것이 아닙니다. 고로 귀하는 계약금 450만원을 甲에게 지급하지 않고도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