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 취약·행정지원 미약
"회사발전 기대 못해" 타지역 이전
벤처기업의 '탈(脫) 전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취약한 지역 산업구조를 이유로 타지로 옮기는 '전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벤처 엑소더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유치를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지상 과제로 여겨왔던 전북에서 조차 토종기업이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경영여건 및 시장개선, 행정지원 등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이같은 산업 공동화(空洞化)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들은 도내 대학들이 앞다퉈 지원·운영한 창업센터를 발판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지역·대학특성화사업 등 지속적인 산학연계를 통한 '통합관리지원'등이 아쉬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광대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에 입주, DVD 등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 한해 1백억원대 매출액을 달성한 (주)해빛정보. 아직 대학내에서는 기술연구소의 간판이 남아있지만, 더이상 도내 기업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입주계약이 끝난 이 업체는 익산 지역에 별도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가 부지확보 등 난관에 부딪치자 아예 사무소를 충남 대덕 연구단지로 옮겼다.
이곳에는 또 이동통신용 고주파 필터개발 업체인 (주)'엡손테크'가 익산 연고를 포기하고 '전북 철수'를 눈 앞두고 있다. 오는 2월 입주기간이 만료되는 이 업체는 공장이 확보된 경기도 안산으로 전출할 계획이다.
모두 10개 업체가 입주한 이곳 센터에서만 유망 업체로 손꼽히는 2개 기업이 타지로 이전하면서 '도미노식 기업 이탈'우려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중소기업청 벤처 창업대전에서 '윈치(집어등)'개발로 대상을 받고 지난해 7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올린 군산대 창업지원센터의 (주)하나기전도 마찬가지. 이 업체는 경기도 천안에 공장을 가동, 원정 생산에 들어갔으나 도내의 시장규모나 기업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를 들어 오는 5월 사무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업체 대표 이준한씨(23·군산대 해양시스템 공학과 3년 휴학)는 "부산 등 해안도시에서는 해양장비개발을 지역특성화사업과 연계해 관련 업체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전북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군산대 창업지원센터 안에서 2년동안의 연구개발끝에 LCD(액정표치장치)를 생산·판매해 지난 한해 4억원의 매출액을 거둬들인 (주)미디어텍도 관련 업체가 집중된 서울 구로공단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원광대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 이선자 운영팀장 "국내 기업이 시장여건이 나은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며 "낙후된 도내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그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기업 유치를 위한 획기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